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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Aug 30. 2023

의미 있는 우리의 결혼식,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벌써 8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2015.10.11일 결혼식을 하고 이렇게 기록했었네요. 오랜만에 돌이켜보니 다시 할 결혼은 아니지만, 준비에 참 열심이었네요. 행복했고요.


추억을 돌이켜봅니다.  


저는 가부장적이지도 않고 허례허식도 없으면서 의미 있는 결혼식,  작은 결혼식을 올리려고 준비했었어요. 그러다 손님이 많아 큰 결혼식을 하고 말았지만, 덕분에 결혼식을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해 줄 이야기가 많아졌습니다.  


결혼식장 알아보기


처음 서울시청 결혼식장을 알아봤어요. 저렴하고 작은 결혼식이라 선택하진 못했지만, 마침 지인이 서울시청에서 결혼 한 첫 커플이라 준비 과정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어요. 성북구 결혼식장도 마을 결혼식으로 참 매력적이었는데, 거리 문제가 있어 선택하지 못했어요. 마을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웨딩드레스를 주문할 수 있는 등 여전히 그럴지는 모르지만, 준비하는 재미도 또 부지런함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곳에서 결혼한 지인은 나무로 만든 결혼반지를  나누어 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여전히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결혼식 같아요. 양재 시민의 숲 결혼식에서 한 커플 이야기도 들었는데(참 제 주변에 작은 결혼식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았네요!) 416 세월호 침몰 사고가 막 일어난 후라 노란색 리본과 노란색 넥타이 노란색 우산 노란색 꽃을 준비했다 하니! 참 의미 있었죠.  


우리가 원하는 결혼식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결혼식은


결국 저희가 우리가 초대할 사람 수와 예산, 원하는 분위기는 무엇일지, 준비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했어요. 전 그 당시 농성 중이라... 결혼 준비가 어려웠어요. 결혼식이 거의 집회같이 모여들 예정이었고요. 결국엔 400명 가까이 하객에게 결국 농성 소식도 알리고, 피로연도 농성장에서 하게 되었고, (축하) 피켓도 들었어요.


선택한 서울여성플라자는 장소가 꽤나 커서 가능했고, 그날 식사도 저희만 할 수 있어서 여유 있었어요. 미처 준비 못한 화관, 음악도 어렵지 않게 준비해 주시고 조명 등 신경 써주셔서 화려하진 않지만 초라하지 않게 결혼식을 할 수 있었어요.

넓은 입구에 입간판을 세워두고 전 밖에서 하객을 맞이했어요. 여성플라자에 준비된 '평등부부 선언문"은 여전히 저희 집 거실에 전시되어 있어요. 우리의 결혼 컨셉과도 맞아떨어졌고, 하객들이 기억을 인상 깊었다 많이 이야기합니다.


열린음악회 스타일의 사회자

사회자는 신부 측 지인으로 열린음악회 스타일로 진행해 주길 부탁드렸어요. 고맙게도 차분하게, 과하지 않게, 부드럽게 잘 진행해 주었어요. 그간 신랑 친구가 꼭 하란 법도 없는데, 늘 신랑 친구가 틀에 박힌 멘트를 하던 결혼식이 아니었기에  인상적이었다는 후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체사진은 이렇게


단체 사진 퍼포먼스는 입장할 때 축하의 메시지를 적어달라고 미리 부탁드려 그 종이를 들고 단체 사진을 찍었어요. 집회 같았을까요 저흰 익숙한 장면이라... 채 다 거두지 못하였지만,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요. 식순과 준비를 함께한 이들을 기록한 프로그램 종이를 미리 나눠드리기도 했었네요.

만세삼창 한 결혼 축사


요즘 주례   하시죠. 저희도 양가 부모님께 축사를 부탁드렸는데,  신랑 부모님은 양손을 번쩍 들며 "아들, 며느리 만세!"까지 외쳐 하객들이 한바탕 웃었습니다.

평등부부선언문 추천해요!


축사엔 하객들 모두 "신랑 신부, 결혼을 축하해!" 라며 모두가 외쳐주기도 했고, 화답하듯 저희 신랑 신부는 평등 부부 선언문은 신랑 신부가 한 줄씩 낭독했습니다. 내용에는 "집안일, 아이 키우기는 부부 공동으로 함께 해 나가겠습니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상대가 내 가족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가정에서 독립해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것임을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등이 담겼습니다. 서울시에서 만든 문구라는데 쉽게 잘 쓰인 문구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인한 글씨까지 옅여진 오늘


친구들의 도움으로 만든 결혼식 특히 기억해, 오렌지

앞서 말했듯 결혼식은 영상, 사회, 사진 촬영, 청첩장 디자인 등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아래 사진을 찍어준 친구는 특별히 마음에 남는데요. "오렌지(별명)"가  제 결혼식에서도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었는데, 그만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이렇게 예쁜 사진을 찍어주고 한 달 뒤예요. 오렌지 기일만 되면 그가 잠든 곳에 가서 쑥쑥 커가는 아이  소식을 전해요.  

오렌지한테 끛 들고 인사한 사진
부케는 행운을 받았음 하는 이에게 전달


부케는 남대문 시장에서 원하는 꽃 싱싱하게 사서 들고 갔는데요. 끝나고 다음에 결혼할 친구가 아닌 꼭 행운이 있으면 좋게다 싶은 혜경씨(삼성 LCD 뇌종양 직업병 피해자) 에게 전했어요.  이 이야기는 기사에 실렸어요.

강남역 8번 출구 반올림 농성장 앞에서 피로연을

활동하는 곳이 농성 중이라 신혼여행 가기 너무 미안했는데요. 평생 한 번 뿐이라 싶어 파리를 갔어요. 첫날 혁명 광장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에어비앤비에서 저려만 가격에 일주일 동안 있었어요. 좀 더 편한 곳으로 갈걸. 준비도 힘들었는데, 우리만 편히 쉬면 미안할 것 같아 그리했는데 정말 피곤했네요.


편백나무 가득한 신혼집 여전해


신혼여행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문을 여니 편백나무 향이 가득했어요. 아빠가 퇴직 후 취미생활로 하던 목공으로 100일 동안 편백나무 책상, 장식장, 소파, 식탁, 의자, 옷장 등을 만들어줬기 때문이에요.  결혼식 때 "피톤치드 나는 신혼집에서 잘 살라"는 축사를 해주셨는데, 이사를 세 번 하면서도 튼튼한 가구를 가지고 다닙니다. 가구가 부서지지 않는 한 편하게 건강하게 쓸 예정입니다.


의미 있게  만든 우리의 결혼식처럼

결혼식 의미 있지만, 결혼 후 앞으로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지 나눈 이야기가 더 중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집안일은 평등하게, 서로의 취향과 일을 존중하면서.. 이렇게요. 때때로 흔들리고 힘들지만 지키고 살려합니다. 글을 쓰며 결혼식 때의 마음을 돌이켜봤네요.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사는지 가끔 추억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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