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팠고, 그는 찹찹했다.
바쁘게 일하다 출산 후 신생아와 집에 있던 나날, 행복하지만 힘들고 무료했지요. 3개월 출산휴가에 9개월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무실로 복귀하려는 전날, 배가 무척 아팠습니다. 식은땀도 나고, 어지럽고... 아이를 재우고 엉금엉금 문턱을 넘어서 나오며
119 전화해야 할까 봐. 전화 좀
이 남편이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아니 그걸로 무슨 119야" 하며 다가오지도 않았어요.
어찌나 서운하고 화나는지! 그 일이 있은 후 5년이 지난 어젯밤 똑같이 배가 아파오자 전 잊지 않고 남편에게 말했네요. 정말 서운했다고, 어쩜 그리 모른 척하고 미안하다 소리 한마디 없었냐고!
다음날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나와 왜 아팠지? 생각해 보니
그간 육아를 하며 지친 몸과 이젠 일터로 돌아간다는 해방감에 몸이 반응한 게 아닌가 했어요. 그럼 무심했던 남편은? 애써 이해하자면 육아휴직 전날의 찹찹함? 일을 안 한다는 기대도 섞여 배가 아픈 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지.
드디어, 더 이상 한 몸 같던 10KG 아기를 아기띠에 메지 않고, 가벼운 손가방 하나로 나만이 속도로 걸어 가뿐히 출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어요!
그때 나에게
잘 다녀와! 퇴근 일찍 하고!
라며 손 흔들어주던 이가 있었으니 육아휴직을 이어받은 남편! 정말 복수도 이런 복수도 없었어요. 쾌감이... 미소 지으며 떠나는 절 일단 일을 쉰다는 것에 일단은 미소 짓던 남편은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세 달이 지나고
남편은 6시 제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어요. 문화센터를 가도 남자 선생님에게 성별 공통이라는 동질감 외에는 교류도 없이 돌아서야 했고, 아이가 터널만 지나면 잔다 싶어 몇 바퀴를 돌았는데도 안 자면 눈물이 핑 돌았다네요.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처음으로 사회생활 없이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고립되어 본다는 남편. 아이가 밤에 자다가 깨면 화를 냈어요. 전 화내는 남편이 걱정돼(사실 아이가 걱정돼) 보초 서느라 저도 밤을 설쳤죠.
육아휴직한 지 얼마안 돼 약봉지를 든 아빠. 찾아보니 잠옷을 하루종일 입은 사진도 있는데 차마...
초기 육아를 서로 모르던 신생아 이후 남편과 저의 육아 스킬은 차이가 컸었어요. 애를 같이 가졌는데 임신, 육아를 책임질 땐 억울하고, 힘들고, 외롭고! 외출할 때 챙기라고 일일이 말해줘도... (시키는 게 더 힘든 상황. 공감하시죠?) 화나고.
남편은 육아 휴직 3개월 만에 아이의 기분, 스케줄, 가방, 병원, 문화센터 등을 잘 챙기게 되었어요. 주말에 외출을 해보니 제가 한결 편해졌더라고요.
그렇게 외롭고 힘든 육아휴직 기간을 둘 다 겪고 서로 일터에 복귀하여 일한 지 5년이 다 되어 가네요.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 돌봄 공백을 어찌 메꾸어야 할지... 역시 남편의 걱정은 아직 덜합니다만, 또 닥치면 열심이겠죠!
오랜만에 배가 아파 병원에 다녀오다 예전일이 떠올라 적어봤어요. 아빠의 육아휴직 널리 권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