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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Aug 12. 2024

homesick

갑자기 숨 막힐듯한

아이랑 자다 벌떡 일어나 숨 막힐듯한 기분에 어쩔 줄 몰랐다. 집에 가고 싶다. 이 호텔 침구 냄새, 복도의 소음, 아이의 코끼리 바지, 남편의 꼬치 먹는 소리 다 싫다.


올리브색 방에 눈을 돌리니 내일 맡겨야 할 쉰내 나는 여행자 옷과 얼마를 썼을지 헤아아려야할 지갑과 월요일 되기 전 노트북으로 얼른 해서 미리 보내야 할 일들이 떠오른다.

아이가 마구 찍어둔 사진인데 내 마음같네

난 여행으로부터 도망가고 싶다. 즐겁지 않다.

치앙마이는 12년 전 일을 갑자기 그만두고 여름휴가가 막막한 미래를 생각했던 곳이다. 혼자서 무척 외로웠던 곳이다. 걷다가 나오는 사원에서도 아... 심심해. 하며 엄마에게 전화 걸었고, 두리안을 골라 사 먹으며 무슨 맛인지.. 했던 곳이다. 싸운 커플과 조용한 커플과 애매한 이들이 투어차에 섞여 가는데 가는 곳마다 뭔가 했던 곳이다. 집에 돌아가도 애매한 상황이고 이 차도 애매하고 나도 애매하고. 그런데도 소수민족이 사원 곳곳에 늘어놓던 야시장이 정겨웠고 발길 닿는 곳마다 사원이라 신기했고 배고파 간 작은 식당에 이유 없이 위로받았다.

12년 전의 나. 막막했고 젊었고, 나 자신이 가장 중요했다.

me time!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뛰쳐나와 쿤개주스집에 앉아보니 앞에는 잠이 필요해,라는 로고의 숙소인지 카페가 있었고 무표정의 여성이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뽐내던 코코넛마켓의 그녀들과는 달리 누구보다 현지스러운 복장과 태도로. 장기여행자 분위기를 품었다. me time. 중인지.

혼자 산책해며 찍은 사진들. 아이를 연신 이쁘게 담던 정성은 없었다.


로비에 나와 모기에 뜯기며 텅 빈 여행자의 거리 올드시티를 본다. 옆에 한가족의 엄마 심정을 나누고 싶다. 두 손 가득한 음식과 음료...로 성에 차는가. 본인은 좀 맘껏 드셨는가. 아이들 돌보기 고단하지 않은가. 남편은 좋은 여행 파트너인가. 아이들은 덥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찡찡대지 않는가. 물어보고 싶다.


젤 두려운 건  아이가... 남편이 집에 가고 싶다는 거다. 한식을 먹고 싶단 거다. 숙소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다. 내일 어디든 가고 싶지 않는다 선언하는

거다. 지금 내가 그렇다. 그들까지 그러면 어쩌지.


겨울엔 한 달짜리를 예약해 두었는데 어쩌려고!


나의 homesick에 공감과 위로는커녕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집에 가도 그도 여전하겠구나.... 넌 어떠니. 그렇구나. 살펴주는 이는 아니구나. 나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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