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한식당, 식재료 마트를 검색했다. 쉽게 나왔다. 배에서 꼬르륵한다. 집에선 냉장고만 열면, 서랍을 열면 나오는 한국 식자재다.
지난번 끄라비-방콕-발리로 한 달 여행을 다녀왔을 때 바로 지은 밥에 참치캔과 김치 김으로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여행이 2주 차가 지나고 인도네시아로 옮겼을 때 위기가 왔었다. 향신료에 아이가 하얀 밥도 거부했고 어디든 구하기 쉬울 거라 했던 햇반도 멀리 떨어진 슈퍼에 가야 하거나 비쌌다.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찾는 게 왜 자존심이 상했는지.
더위 피곤 등의 스트레스에 집에 가고 싶어 진 여행 4일 차. 선데이마켓에서 ”오늘이 여행 마지막날이니 기념품 다 사야 해 “라는 여행객의 말에 내일이면 집밥 먹겠구나. 부러웠다.
여행 직전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을 읽었다.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미셸 자우너. 미국에 일찍이 와 자신을 키운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엄마를 음식으로 기억하고 그리워했다. 엄마가 한국 음식으로 향수를 달랬구나. 헤아리기도 하면서. 수십 년의 이주 생활을 단 4일 여행으로 가늠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집에서 그 책을 읽을 때보단 심성적으로 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내게 밥에 김치 김만 있음 일단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한국인들이 잘 간다는 블루누들 갈비국수에 밥 말아먹음 한바탕 운 뒤의 개운함 같은 걸 느낄까.
분명 떠나오고자 했던 이유가 있었다. 아이의
방학도 방학이지만 일상에서 일과 가사 육아를 촘촘히 하며 짐은 줄이고 먹거리와 가사는 외부에 도움 받고 일은 덜고자 했다. 떨어지려 했으나 또 가족하고만 있으려 했으나... 어느새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며 여행 전의 지독했던 연결지점을 찾았다.
여행 첫날의 멍함과 달리 명료하게. 벌써 여행을 충분히 했단 건가. 충전을 다 한 건가. 이대로 돌아가서 지내면 이젠 만족할 텐가. 날 밝으면 싸 온 햇반에 고추장을 비벼 먹어가며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