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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Aug 12. 2024

태국 여왕의 엄마의 날

난 여행이 즐겁지 않아!


아침 한바탕 울음을 터뜨리고는 호텔밖을 빠져나왔다. 내일까지 머물 줄 알았던 대만 친구가 곧 공항으로 떠난단다. 어젠 아이가 찡찡거려 3분 지척거리를 못 가 못 봤고, 오늘은 아이가 할아버지랑 통화를 길게 하느라 메시지를 늦게 봤다. 아이에게 원망을 쏟았다.

나도 친구 만나고 싶다고!


아이는 억울하기도 하고 미안해선지 같이 울었다. 아이를 보듬어줄 여유는 없었다.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는데 청소하는 이가 있다. 그 와중에 수건과 물병 그리고 쓰레기통을 갈았다. 누가 두고 간 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 책도 얻었다.


200m 걸었을까. 현지 문구사이다. 바로 돌아서 아이를 데려왔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따라나선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들어서자 그곳을 오래도록 지켰을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 마음 알겠노라며.


노트와 색연필 있는 곳을 향했고, 나랑 아이를 위해 도화지와 수채화 색연필 물감을 고루 골랐다. 이제 그림여행이다. 난 여행 때 매번 작은 미술도구를 챙겨 다녔었다. 아이 낳고 잃어버린 취미.

신난 아이를 숙소에 두고 산책을 했다. 치앙마이의 예쁜 카페가 비로소 눈에 보이고, 오래된 나무도 신성해 보이고, 사원도 일상인 이곳이 멋졌다. 어제 북적이던 야시장 자리가 조용한 월요일 아침 산책길인 게 새삼스러웠고 나 혼자 걷는 길도 좋았다. 차 소리 ,새소리,아로마향,기름냄 새 등 오감이 열렸다.

숙소로 오는 길 현지인들이 북적이는 식당을 점찍어두고 눈을 돌리는데 엄마의 날이란다. 오늘은 왕의 엄마의 날. 식당에서 엄마에게 국수를 공짜로 나눠주고 있었다. 평생을 식당으로 누군가를 먹였을 듯한 미소 좋은 할머니가 손짓한다. 국수 하나 받아 드니 이 마음... 세상 변치 않을 엄마의 마음 같다.

숙소로 와 아이에게 먹였다. 고양이 그림 그려놓고 엄마를 기다렸을 아이에게. 예쁜 그림만 보여주려 실패한 종이 얼른 휴지통에 버려둔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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