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길 위에서 함께 성장한다.

길 위에서 가족이 함께 배운 사랑과 행복

by 민토


대한민국 지도를 펼치면, 우리 가족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아내와 나의 연애 시절, 풋풋한 설렘을 싣고 달렸던 해안 도로 위로 어느새 두 아이의 재잘거림이 겹쳐진다. 동갑내기 아내와 나, 그리고 이제는 훌쩍 자라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 우리 네 사람은 여행으로 역사를 함께 써 내려온 여행 공동체다.



​아들이 태어나면서 우리의 여행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전국에 좋다는 캠핑장이 있다면 어디든 간다.’ 이 단순한 명제 아래, 우리의 주말은 늘 길 위에 있었다. 서툰 솜씨로 텐트를 치고, 함께 저녁을 준비하며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나누던 이야기들. 그 속에서 아들은 자연의 품을 배웠고, 우리는 부모가 되어가는 법을 배웠다. 아이가 둘이 되고 훌쩍 자라 캠핑이 힘에 부칠 때쯤, 우리의 여행은 ‘호텔 투어’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형식은 변했지만, ‘함께 떠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전국 방방곡곡, 이제는 안 가본 곳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우리의 지도에는 추억이라는 핀이 빼곡히 박혀있다.


​어떤 이들은 묻는다. 그토록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럴 때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대화’라고 답한다. 집이라는 일상 공간은 때로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다. 각자의 방, 스마트폰, 처리해야 할 숙제와 밀린 업무. 하지만 차에 올라타 낯선 목적지로 향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우리’가 된다. 자동차는 세상과 분리된, 움직이는 대화의 공간이 된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며 딸아이가 재잘거리는 학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무심한 듯 이어폰을 꽂고 있던 아들이 툭 던지는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받아주게 되는 곳. 그곳에서 아내는 직장 동료가 아닌 나의 가장 친한 여행 친구가 되고, 나는 남편이자 아빠라는 역할을 자연스레 체화한다.



​특히 아이들의 성장기에 여행이 선물한 정서적 안정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중학생 아들의 사춘기가 비교적 무던하게 지나가고 있는 것 역시, 여행의 힘이라 믿는다. 함께 낯선 곳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멋진 풍경 앞에서 감탄을 공유했던 수많은 기억들이 아이의 내면에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부모가 언제나 자신의 곁에서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는 믿음. 이 믿음이야말로 아이가 세상의 어떤 파도와 마주하더라도 기댈 수 있는 가장 튼튼한 방파제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 또한 평일에는 일에 치여 녹초가 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주말만큼은 쉬고 싶다’는 유혹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아이들이 우리 곁에 머무는 시간은 유한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귀한 순간들을 흘려보낸다면, 훗날 아이들이 훌쩍 자라 둥지를 떠난 뒤에야 그 텅 빈 시간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부모와 자녀, 그리고 부부 사이에 있어 여행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다.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하고,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다.



​우리의 지도는 여전히 채워나갈 빈칸이 많다. 아이들이 더 자라면, 언젠가는 각자의 지도를 그려나가기 위해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함께 채워온 이 추억의 지도가, 훗날 세상 어디에 있든 서로를 잇는 가장 든든한 끈이자 삶의 따뜻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며, 함께 그려나갈 새로운 지도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