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두려움, 그러나 성장의 또 다른 이름
밤이 깊어가는데,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온몸을 무겁게 누르지만, 정작 마음은 가벼워질 줄 모른다. 눈을 감으면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그 생각들은 하나같이 불안과 두려움의 옷을 입고 다가온다. 내일 출근길에 무슨 일이 있을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무게가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나는 지금 회사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직장은 아직 낯설고,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한 회사에 오래 머물렀기에 쌓아온 익숙함과 안정감은 서서히 벗어던져야 할 옷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벗어 던지려니 서늘한 공기가 전해지고, 맨몸으로 세상 앞에 서는 듯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 길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혹시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앞에서 질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책을 펼쳐보아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이 불안하면 활자 하나하나가 파도처럼 출렁거려 집중할 수 없고, 읽던 문장은 금세 흩어져버린다. 유튜브 영상을 틀어보지만 웃음 포인트는 공허하게 흘러가고, 아무리 화려한 영상도 마음의 공백을 채우지 못한다. 게임을 켜보아도 손끝의 움직임은 어딘가 어색하고, 성취감은 허망하다. 무엇을 하든 불안의 그림자가 따라붙고, 결국 다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다.
사람들은 흔히 “새로운 길은 설레는 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설렘과 불안은 언제나 나란히 걸어간다. 나 역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싶지만, 그 길이 아직 내 것이 아니기에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익숙한 자리에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예측 가능한 하루가 이어진다. 그러나 새로운 길은 모든 것이 미지수다. 무엇을 만나게 될지, 어떤 변수들이 나를 시험할지 알 수 없다. 그 불확실성 속에서 나는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불안이 전부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불안은 사실 내가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다. 대충 살아도 된다면, 굳이 잠을 설치며 마음을 소모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며, 스스로의 삶을 바꾸고자 한다. 그 열망이 있기에 마음은 불안한 것이고, 그 불안은 내가 앞으로도 성장하고 싶다는 또 다른 증명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마다 불안은 늘 함께였다. 처음 회사를 들어갔을 때, 첫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중요한 발표를 앞두었을 때. 그때마다 나는 잠을 설치고, 마음이 흔들렸지만 결국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뒤돌아보면, 그 불안은 언제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지금 느끼는 불안 또한 언젠가는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아마 새벽까지 이리저리 뒤척이며 수없이 많은 상상을 할 것이고, 그 상상은 대부분 나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 불안이 끝내 나를 무너뜨리지 않을 것임을. 오히려 이 긴장은 내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도록 등을 떠밀 것이다.
내가 오늘 삼킨 불안이 너무 쓰고 독해서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겠지만, 좋은 약이 입안에서 쓴맛을 내듯이 언젠가는 내게 필요한 영양분이 되어 더 큰 사람으로 성장시켜줄 것이다. 나는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조차 관계와 삶 속에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