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 오후 6시. 레게톤 (Reggaeton: 스페인이나 남미 쪽 클럽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 스타일. Despacito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거다)이 울려 퍼지는 마을의 공용 야외 수영장 (스페인의 마을 - pueblo - 에는 대부분 이런 공용 야외 수영장이 하나씩 있다).
수영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여는데 아이들과 아침 11시 반에 와서 아직까지 여기에 있다. 점심시간인 2시에서 3시 반까지는 물 안에 들어가는 게 금지이기 때문에 그때는 수영장 옆의 바 (bar)에서 bocadillo (샌드위치 같은 개념인데 네모난 빵 대신 바게트를 쓰고 차게 먹는 게 아니라 안에 따뜻한 요리를 넣어 먹는다)로 점심을 때우고 아이들은 3시 반이 되자 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을의 핫 스페이스 답게 여기 있으면 웬만한 마을 사람들은 다 만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친구 걱정 없이 아주 주야장천 놀고 있다. 수영장 옆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누워 휴식을 취하거나 카드 게임을 하고, 바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둘러앉아 음료를 즐기고 있다.
흥에 취해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사람들도 보이고, 둘셋 모여들기 시작하는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남녀 탐색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물에서 뛰어놀고, 갈색으로 그을린 사람들도 꽤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그 대열에 동참하는 중이다)
이제는 우리도 익숙해진 아주 흔한 주말 혹은 여름날의 풍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멍하니 이런 광경을 바라보다 보면 이 익숙한 장면이 얼마나 내게 생소한지도 깨닫게 된다.
내게 여름은 어땠더라. 적어도 야외 수영장과 비키니는 아니었다. 도리어 펑퍼짐한 티셔츠에 반바지, 까만 고무 튜브와 사람들로 득실거리는 해수욕장이었나.
영국에서의 여름은 정원에서의 물놀이와 바비큐로 기억된다. 딸기, 사과, 오이를 썰어 넣은 Pimm's와 생크림을 곁들인 딸기. 물놀이를 해도 막 덥고 그런 게 아니라서 아이들은 항상 UV 차단되는 래시 가드 같은 걸 꼭 챙겨 입었다. 그래도 나중에는 춥다고 파래진 입술로 덜덜 떨기 일쑤였으니까.
그랬지만 스페인에 온 뒤 아이들은 래시 가드를 입지 않는다 (햇볕은 더 뜨거운데도). 고작 7살인 둘째는 비키니를 사달라고 졸랐다. 여기선 네 살도 비키니를 입는다고.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물 근처에서 보내고 (심지어 여름학교의 기본 준비물도 수영복과 타월이니까) 겁도 없이 물 속으로 다양한 자세로 뛰어든다 (세 살 짜리도 물로 몸을 내던지니, 여기선 걸음 다음에 떼는 게 수영하는 법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 와중에 나는 물에서 놀다가 뜨거워서 그늘 아래 자리 잡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건조해지고 있는 피부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아직도 비키니에 완전히 익숙해지지도 못했으니 내 아이들과 나 사이의 세대차는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