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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토리 Oct 11. 2021

드디어 이무기로 진화하다

대략 6개월 동안 이직/승진 준비를 했었다. 


전에도 말한 적 있다시피 영국 공무원에는 시간이 지나거나 경력이 쌓인다고 내부적으로 승진이 이루어지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직급을 올리고 싶다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고 싶다거나 하면 자리가 날 때를 기다렸다가 새로 지원을 해야 한다. 


그렇게 저녁과 주말 시간을 틈틈이 쪼개서 이력서와 서류를 준비하고 (공무원 준비는 솔직히 이력서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형식에 맞춰 소개서를 준비하는 게 제일 힘들다;;) 제출한 뒤 초조하게 기다렸다가 실망하거나, 서류전형(sifting)에 통과하고 나면 면접(interview)을 치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희망과 불안 사이의 널뛰기를 얼마나 반복했던가.


그렇게 인터뷰까지 간 다음에 떨어지고 나면, 늘 면접관들에게 따로 메일을 보내서 피드백을 요청한다. 면접에서 떨어졌음에도 따로 피드백을 요구하는 이유는, 첫째, 이미 떨어졌기 때문에 떨어진 이유와 개선방향에 대한 조언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 어차피 공무원 바닥이 좁기 때문에 (특히 위로 올라갈수록) 떨어졌지만 진정성을 보임으로서 혹시나 있을 앞으로의 기회를 위한 반석으로 삼을 수도 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승진을 위한 면접을 할 때는 보통 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면접을 진행할 때가 많기 때문에, 따로 인맥을 넓힐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그런 인연으로, '제 멘토가 되어주실 수 있을까요?'하고 요청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 피드백 요청이 늘 좋은 방향으로만 끝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대놓고 피드백 요청을 무시하기도 하고, '너에게 해줄 말은 없다'라고 무례하게 거절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또 어떤 이들은 만나주긴 하지만 정말 성의 없는 티를 내서 차라리 떨어지게 된 걸 감사하게 될 때도 있다. 저런 사람이 내 상사라면 정말 끔찍했겠네, 하는 생각을 하게 하니까. 


그리고 정부 기관마다 채용방식이 살짝 다른데, 그 과정에서 정말 실망해서 'XXX에는 앞으로도 절대 지원하지 말아야겠다'하고 이를 갈게 된 곳도 몇 군데 있긴 하다. 물론 지금 하는 일을 통해서 다른 정부기관들과 협력을 하게 될 때가 많은데, 그러면서 속으로 '저긴 진짜 엉망이군'하고 생각하게 된 곳은 아예 처음부터 거르기도 했고. 


그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사실 멘털이 슬슬 마모되어 간다고 느낄 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지원한 게 이 자리였다. 그전에 지원한 곳에서 좀 어이없는 경우를 겪었기에, 솔직히 이번 인터뷰를 준비할 때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인터뷰가 점심시간 때쯤이었는데, 아침부터 신경이 곤두서서 손발이 자꾸 차가워질 만큼.


그 후 소문으로 인터뷰가 3일에 걸쳐 진행되었다는 소릴 듣고, 그 경쟁률에 또 살짝 미리 실망을 해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번 주 워크숍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메일 하나를 받았다. ‘Application update: xxx’라고 쓰인 제목을 보고 아, 인터뷰 결과가 나왔구나, 하고 짐작했지만, 차마 바로 읽지 못하고 메일 버튼을 눌러놓고 한쪽 눈만 슬며시 떠서 첫 문장부터 훑어 보았다. 


“Thank you for…” 그런 말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바로 “Congratulations …”으로 시작하는 거 아닌가! 


그제야 두 눈을 다 뜨고 폰을 코앞에 가져와서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Congratulations you have been successful at interview…. ”


혹시나 싶어 포털에 까지 들어가 직접 지원 상황 업데이트를 확인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드디어…! 6개월가량의 도전 끝에 이직이라기보다 ‘승진’에 성공했다. 한 직급을 더 높여서 이제 이무기로 진화했으니, 고위공무원인 용이 되기에 좀 더 근접하게 된 거다. 따단! 




예전에는 제 정신이 피폐해서 솔직히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 위기를 한번 넘겼으니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영국에서 면접을 준비하시는 분이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걸 나누고자 합니다.


- 인터뷰까지 잡혔고, 인터뷰 패널을 알게 되면 누가 'recruitement manager'인지 미리 알아보는 게 좋습니다. 예전에 얼굴을 보고 진행했던 면접에서는 사실 그날 면접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누가 인터뷰 패널인지 모를 때가 많지만, 요즘에는 거의 다 온라인으로 면접을 보기 때문에 meeting invite에 나와 있는 이름을 보면 누가 패널인지 미리 알 수 있으니까요. 

Recruitment manager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사람이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2-3명으로 구성된 패널의 경우 같은 직급의 사람들이 의논해서 누굴 뽑을지 결정하는 경우도 많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결정권자는 정해져 있고, 다른 이들은 패널의 공정성과 구색을 맞추기 위해 구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게 누군지 어떻게 아느냐, 패널 중에 직급이 가장 높은 사람, 혹은 내가 하게 될 일과 가장 비슷한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일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최종 보스가 자기 밑에 일할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 인터뷰를 준비할 때는 내가 가진 어떤 걸 얼마만큼 잘 보여주느냐, 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도대체 '어떤 타입'의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가, 하는 걸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모르겠으면 Job adverts을 잘 읽어보세요. 보통 Essential criteria (필수사항) 외에도, roles/responsibilites로 이 사람이 할 일에 대해 적어놓는데 그걸 계속 읽으면서 이 자리의 사람은 도대체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 하고 상상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인터뷰에 임할 때는, '내가 이 일을 당장 내일부터 한다면'하고 계속 생각하며 답을 하면 좋습니다. 


- 저도 이번에 승진을 준비하며 알게 된 건데, 직급을 올릴 때 가장 어려운 난관은 '내가 좀 더 큰 물을 담을 그릇이다'라는 걸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가, 입니다. 내가 해왔던 것들을 얘기하는 건 쉽지만, 그것에만 치중하면 상대방에게는 내가 지금의 레벨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보여줄 뿐,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어렵습니다. 특히 다음 직책이 좀 더 리더십을 요구하고, strategic vision을 요구하는 자리라면 더 어렵죠. 안 해본 걸 내가 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미리 상상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만약 면접에 성공해서 내일부터 이 일을 해야 한다면, 혹은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내가 이 사람의 부하직원이라면 어떤 상사이길 바랄까, 하고 생각하면서 면접을 준비하는 거죠. 


- 보통 공무원 면접을 진행할 때는 4-5개 정도 항목을 체크하는 질문을 미리 패널들이 작성해서 제출합니다. 공정성을 위해서죠. 그러니 면접을 준비할 때도 예상 가능한 질문을 몇 개 뽑아서 거기서 쓸 만한 예시들을 몇 개 생각해 두는 게 좋습니다. 가능하면 예시들이 겹치지 않게 말이죠. 대답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테크닉은 STAR가 있습니다. Situation, Task, Action, Result라고 해서, 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지 설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어떤 일을 했고, 그럼으로써 어떤 결과가 나왔다, 라는 패턴을 따라 대답하는 거죠. 주의점이라면 Action에서 내가 직접 한 일과, 팀의 일원으로서 한 일을 제대로 구분해 설명하는 것과, 그 일로 인한 result or impact을 절대 빠뜨리지 말고 가능하면 측정이 가능한 결과를 설명하라는 겁니다. 


물론 이런 것들 외에 좀 더 자잘한 팁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건 상황 따라, 직업 따라 달라지니 여기서 일단 마무리 짓겠습니다. 혹시 궁금하게 있으시면 물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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