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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토리 May 01. 2022

3년 만의 한국

단연코 말하건대 한국은 변화의 나라다.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낄지 몰라도 외부에서 살다가 돌아가면, 마치 달팽이에서 토끼로 갈아탄 것 같은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3년 만에 한국에 돌아가게 되었고, 역시나 이번에도 정신이 아찔할 만큼의 변화를 보고 온 것 같다. 인천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눈에 띄던 컴퓨터 서버룸을 연상시키는 빽빽한 아파트 단지들부터 시작해서, 아찔한 거리의 해상 위 도로 하며.. 


모든 코로나 규제가 풀린 영국과 달리 한국에 들어가기 전에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여행 전부터 꽤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PCR test를 출국 48시간 이내에 받아야 했고, 그 음성 결과가 있어야 Q-Code라는 걸 신청할 수 있었기에 출국 하루 전이 가장 바빴다. 그리고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한국으로 가기 2주 전부터 남편과 나 둘 다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을 없애버렸다. 나 같은 경우 2번의 오프라인 워크숍이 있었지만 그것마저 양해를 구하고 온라인으로 혼자 접속할 정도로. 


그랬는데 웬걸. 공항에 도착해서야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ETA (Electronic Travel Authorisation)이라는 제도가 새로 도입되었음을 알았다. 온라인 체크인이 계속 실패하길래 뭔 일인가 했더니 이런 게 새로 생겼을 줄이야! (2021년 5월부터 새로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게 없으면 남편은 한국에 갈 수도 없는 상황. 우여곡절 끝에 게이트가 닫히기 전에 일이 해결되긴 했지만, 진짜 피가 마르는 줄 알았다. 여행 자체를 취소시키거나 남편만 따로 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국에 도착했더니 이번에는 아이들이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자가 격리해야 한다는 소릴 들었다. 영국에서는 만 12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백신 자체를 주지 않는다고 말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모든 일정을 취소시키고 바로 가족들이 있는 도시로 이동. 장기간 비행기에서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상황에서 또 5시간이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이동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망할 코로나!!) 


그렇게 본가에 도착했더니 꽤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몇 개 남아 있던 주택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높은 건물들이 대신 채웠고, 골목 하나 건너 커피숍이 생겨있었다. 새로 생긴 버스전용차선과 정류장들. 분명 무슨 건물이 있었던 거 같은데 휑하게 비어서 이제는 공사장이 되어버린 곳에는 또 무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고 했던가. 어렸을 때 바바리맨이 자주 출몰하기로 유명했던 어둡고 좁은 골목은 이제 근처 원룸 단지 사이를 연결하는 가로수 길이 되어 있었고, 경계선 없이 몰려있던 허름한 주택들은 사라지고 작은 공원이 생겼다.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새로 들어섰다는 거대한 쇼핑몰을 찾아가니 실로 신세계가 펼쳐졌다. 뻥 뚫린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TV 화면. 근사하게 장식된 카페와 음식점들. 보기만 해도 번쩍 거리는 명품점들. 들어서기만 해도 왠지 주눅 들 것 같은 그런 곳에 갔다가, 또 어디 시장을 가면 아직도 80년대를 살고 있는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낡은 장판 바닥에 화장실 하나 제대로 있지 않은 작은 가게들. 


영국에서는 어딜 가더라도 어떤 모습일지 대충 예상이 가능하다. 런던을 가든, 브리스톨을 가든, 작은 마을을 지나가든..  좀 비싸고, 좀 싸고, 좀 더 화려하고, 좀 더 초라하고, 그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어느 정도의 평준화가 된 상태라고 할까. 그런데 한국은 평준화라기보다 양극화가 된 분위기다. 고급스러운 곳은 정말 와우, 소리가 절로 나오게 고급스럽다. 깔끔하고 이렇게 까지 하나, 싶을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어떤 곳은 타임캡슐을 타고 온 것만 같은 충격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차이는 매번 돌아갈 때마다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실제로 그만큼 차이가 심해지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매번 적응을 덜해서 그런 걸까. 




그렇게 약간의 컬처쇼크(!)를 경험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지내다가 영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서 느낀 걸 또 덧붙이자면... 도로 통행료가 정말 만만치 않더군요! 톨게이트라는 개념이 없는 곳에서 운전을 하다 돌아가서 더 크게 느껴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커피값! 이건 매번 돌아갈 때마다 느끼지만 한국은 커피숍이 그렇게나 많은데 커피값은 영국보다 훨씬 비싸답니다 ㅠㅠ. 


뭔가 할 말이 많긴 한데...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군요.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된 건지, 아니면 잔상처럼 남아 있는 한국에서의 일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기 때문인지. 시간이 지나면 차차 풀어낼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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