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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토리 Aug 09. 2022

새직장에 적응합시다

이직을 한지도 2달이 다 되어 간다. 


의욕과 설렘이 넘쳤던 처음 몇 주는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받고 이런저런 교육을 받느라고 지나갔다. 도착하는 메일보다 내가 보내는 메일이 더 많았고, 회의 때마다 앵무새처럼 내 소개를 새로운 사람들에게 반복했던 날들이었다. 


대략 3주쯤 되어가자 내 앞으로 소개말과 동시에 업무와 관련된 메일들이 슬금슬금 날아오기 시작했다. 막상 일을 하려고 하니 모르는 것 투성이라서 이번에는 회사가 아닌 업무와 관련된 일들을 익히느라고 시간이 지나갔다. 여러 번의 임원 회의에 참석했는데, 좀 알아듣겠다 싶으면 또 새로운 프로젝트나 프로덕트가 튀어나와 머릿속을 엉망으로 헤집었다. 


업무 파악이 좀 되기 시작하자 이제는 팀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프로세스의 허점도 보이고, 사람들의 일 방식도 보이고. 이때부터 개선책을 짜느라 또 회사 구석구석을 뒤적거렸다. 다른 부서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지, 내 부서 업무과 연관된 다른 부서 사람들의 피드백도 받고, 팀원들의 의견도 듣고. 


1달이 넘어서 슬슬 내가 업무에 뛰어들기 시작하자, 대략 세 분류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몰고 온 변화를 환영하며 응원하는 사람들, 못마땅해하는 사람들, 이때다 싶은 건지 온갖 문제점들을 꺼내놓으며 내게 해결사의 역할을 바라는 사람들. 


그동안의 이직 경험을 봤을 때, 내가 그 직장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는가 못했는가를 알게 되는 기준은 업무에 대해 불만이 처음 생겼을 때다. 어떤 특정 인물이나 누군가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일과 관련된 불만 말이다. 


왜냐면 불만이 생기려면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고, 그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지를 파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맡아야 하는 일이 뭔지 알아야만 그 모든 이해와 반대되는 상황을 발견했을 때 열이 받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있는데도 문제가 뭔지 모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어디가 불만스러운지도 모르고, 그게 나와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면 불만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경우는 그 모든 경우에 해당되면서도 회사가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기에 불만이 생길 일도 없는 거겠지만, 그럴 때는 새로 취업한 내 존재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는 문제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응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하는 소린데, 회사에 새로운 자리가 났다는 건 여러 가지 상황을 암시한다. 가장 기본적인 경우는 그 일을 하고 있던 사람이 무슨 이유에서든 관뒀기 때문에 그 자리를 채우러 들어가는 거다. 이 경우, 내 전임자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스타일로 일했는지가 내 적응 기간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내 전임자가 자주, 많이 바뀌었다면 외부 요인일 경우가 많고, 이건 내가 'XX팀에 새로 온 YY입니다'라고 인사할 때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대충 파악이 된다. "oh, another one" 정도의 반응을 보이거나, "again?"이란 소릴 듣게 되면 대충 이 상황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굳게 먹자. 


반대로 새로 들어왔는데 주위 사람들이 내 전임자에 대한 칭찬과 아쉬움을 토로한다면 이것도 딱히 좋은 반응은 아니다. 그만큼 비교될 일도 많다는 거고, 이미 사람들이 내 전임자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서 내가 뭘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족쇄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내 전임자가 개판이어서, 사람들이 나를 조심스레 살피는 경우를 만날 수도 있다. 겉으로는 환영한다고 하지만, 탐색하는 거다. 나도 전임자처럼 잠재적인 폭탄일지, 아니면 믿을 수 있는 동료 일지. 

만약 이상할 정도로 내 앞으로 업무가 오지 않거나, 아니면 내 일인데도 상대방이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미리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을 내비친다면 이런 경우일 때가 많다. 


다른 경우로 없던 자리가 새로 만들어져서 그 자리에 취업했을 수도 있다. New position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도도 천차만별이고, 팀이 아예 없어서 첫 임무가 팀을 꾸리는 것이거나, 팀이 있더라도 똑같이 업무에 대해 백지상태일 때가 많다. 이런 경우를 여러 번 봤는데 대체로 모 아니면 도다. 


팀을 아주 잘 이끌어서 팀 규모가 커지고, 기존 팀장이 승진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성공적인 케이스가 되거나, 아니면 망해서 팀장은 2년 안에 다른 곳으로 탈출해 버리고, 팀원들은 갈기갈기 찢겨 흩어지거나 아니면 또 새로운 팀장이 영입되어 오는 변화를 반복하면서 내부 기피 부서 1순위가 되거나. 


어떤 경우가 되었든 물론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냐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당연한 팁들을 좀 늘어놓자면... (물론 아무리 다국적 기업/환경에서 일한다고 해도 영국에서의 직장 생활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1. 사람을 빨리 익히자 


업무가 아니라 사람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어느 팀이 뭘 한다, 라는 걸 익히는 것도 좋지만, 그 팀에 누가 있는지를 알아두는 게 더 중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가 내게 필요한 건, A팀이 그걸 담당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A팀의 누가 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위에서 여러 번 듣게 되는 이름은 기억해 뒀다가 바로 'Intro meeting'을 잡자.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아직도 재택근무가 기본이라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마땅치 않은데, 그렇기 때문에 더 열성적으로 초반에 이 1대 1 영상통화를 잡는 게 필요하다. 


좋은 방법은 내 업무와 관련해서 중요한 Stakeholder가 누군지 파악하고, 팀별로 명단을 작성하는 거다. 법무팀의 Y, 물류팀의 X, 마케팅팀의 Z, 그런 식으로. 그런 뒤 그들과 미팅을 할 때 또 추천을 받는다. 그러면 대충 사람들의 일이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그중에 터줏대감이 누군지, 누구 입김이 가장 센지 대충 견적이 나온다. 


사람을 익힌 다음에 중요한 건 이제 '내 편'을 만드는 거다. 즉, 내가 업무에 적응하면서 질문이 있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손 내밀 수 있는 나만의 'knowledge pool'을 만드는 게 좋다. 이왕이면 다양한 팀의 사람들로, 직급도 다양하게. 


2. 업무를 빨리 익히자 


언제까지를 'Newbie'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자면 대충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를 적응 기간으로 본다. 3개월쯤 되면 업무가 좀 느리거나 실수가 있어도, "He/she's still new"하고 봐주고 넘어가지만, 대략 6개월쯤 되면 "Hasn't it been 6 months?"하고 반문하게 된다. 즉, 6개월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이러느냐, 라는 힐난이 살짝 섞이게 된다는 거다. 


그래서 보통 영국에서는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를 Probation (수습) 기간으로 둔다. 그렇다고 수습 기간을 채워가며 업무를 익혀선 안된다. 만약 내가 아주 열심히 'I'm a newbie here'하고 광고하고 다녔다면, 대략 이직한 지 한 달 후부터 업무 관련된 일들이 몰려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직하자마자 무능력함을 증명할 게 아니라면 진짜 초반에 미친 듯이 달리는 게 나중에 좀 편해지는 방법이다.  


만약 내가 이직하고도 3개월이 넘었는데 아직도 별다른 업무가 없다면, 그건 사람들이 내가 그 직장에 있는지도 모르거나, 아니면 진짜 내가 할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첫 번째 경우라면 이건 후에 내 업무 평가에 내 탓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얼른얼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좋고, 두 번째 경우라면 내 탓이라기보다 내 업무가 제대로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3. 얼른 팀을 파악하자. 


이건 관리직, 혹은 임원직으로 이직했을 때 중요하다. 사원이라면 내 업무만 파악해도 반 이상은 가지만, 만약 내가 맡고 있는 팀이 있다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팀의 성과가 고스란히 내게로 넘어오기 때문에 빨리 파악하는 게 좋다. 


팀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해서 그들의 성격과 일하는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들이 다른 업무팀들과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다른 업무 팀들 사이에서 어떤 식의 평가와 대접을 받고 있는지 등등. 


그 후에는 발란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내부의 의견만 듣고 외부를 적으로 돌리면, 팀원들에게는 사랑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당장 내 동료들 사이에서 고립될 수가 있고, 나중에는 위에서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 다른 팀을 책임지고 있는 비슷한 직급의 내 동료들이 자기 팀원들의 불만을 내게 말하다 못해 내 윗선에 말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로 외부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바탕으로 내 팀은 엉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팀원들 분위기도 엉망이 되고, 나중에는 업무 자체에 지장이 올 수 있다. 그럼 결국 Delivery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하니 또 팀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임원으로 철퇴다.




마지막 포인트가 참 입장 따라 다르게 반응이 나올 수 있는데 이건 조만간 더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쓰다 보니 또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지만, 이제 시작이니 더 다양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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