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토리 Oct 20. 2024

영국에서 평범한 중산층이란?

2023년 12월 나스닥 (Nasdaq)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당신이 중산층에 속한다는 7개의 중요한 지표: 7 Key Signs You've Made it to the Middle Class]


그 기사에 따르자면, 중산층이란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home ownership), 은퇴 뒤의 생활을 미리 계획할 능력이 되고 (the ability to build a retirement plan), 좋은 수준의 의료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quality healthcare coverage),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할 정도로의 재산이 있고 (you have to file a tax return), 아이들의 대학등록금을 내줄 수 있고 (your kids have a college education fund), 자가 차량이 있고 (you own a car), 마지막으로 돈걱정 없이 가족들과 휴가를 떠날 수 있는 (you can take family vacations) 사람들이다.


나스닥에서 얘기하는 게 미국 중산층이 보이는 특색들이라면 영국에서의 중산층은 보통 직업이나 교육 수준, 그리고 소득 수준으로 정해진다. 그냥 Office worker (사무직)이 아닌 전문직에 종사하며,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았고, 연봉 중앙값 (median)이 대충 3만 5천 파운드 (5천7백만 원 정도)이며 자식들의 교육에 진심인 집단.


이런 중산층 (middle class)도 다시 위아래로 lower middle class와 upper middle class를 구분 지으며 세 가지로 나눠진다.

Lower middle class와 working class의 차이는 실제 소득 수준보다는 교육 수준이나 직업에 따라 나눠지는 편이다. 대대로 전문적인 기술이나 학력이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을 해온 집에서 태어나 자식도 비슷한 수준의 기본 교육을 받고 비슷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보통 working class로 구분되고, 부모가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았으며 전문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보통 사무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lower middle class로 나눠진다 (어떤 경우에는 정부 지원금을 받느냐, 받지 않으냐로 클래스를 구분 짓기도 한다).


대신 upper middle class와 일반 중산층의 차이는 소득 수준과 소비 패턴으로 더 많이 드러난다. 두 계급 다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진 직업에 종사하지만, 소득 수준이 상위 10% 에 드는 수준이면 upper middle class, 이런 식이다. 

그럼 upper class (상류층)은? 아직도 귀족계급이 존재하는 영국에서 이 upper class는 대부분 혈통으로 정해진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거나 기사 선임을 받은 게 아니라면 섣불리 upper class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이 거시적으로 계급을 나눈다면 일상에서는 보통 그 사람의 환경, 가족 관계, 사는 집, 말투, 태도와 행동, 사고방식, 성향을 통해 추측하는 편이다. 


아무리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큰 집이 있어도 몸을 쓰는 일을 주로 하고, 말투가 투박하고, 자식들의 교육 역시 고졸 정도에 그친 정도라면, 영국에서는 대부분 그 사람을 돈 많은 워킹 클래스로 인식한다. 아무리 자식을 괜찮은 대학에 입학시켰다 하더라도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직업에 따라 클래스를 나누기도 한다. 


즉, 영국에서 계급이란 개인일 경우에는 개인이 자라온 가족 환경에 따라 정해지고, 계급 변동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가족을 만들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거다. 




아마도 내가 영국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소셜 미디어에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영국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끔 등장할 때가 있다. 


영국이 선진국이라는 말과 달리 얼마나 가난한지 (혹은 가난해 보이는지), 얼마나 낙후되고 오래된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음식은 얼마나 맛이 없는지, 사람들의 식습관은 어떤지 등등. 


적어도 내가 본 영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한국은 곰보빵 같고 영국은 크루아상 같다는 거다. 

도대체 갑자기 무슨 빵 뜯어먹는 소리인가 할 수 있을 텐데, 한국은 곰보빵처럼 상위, 최하위 몇 프로를 제외하면 집단 전체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속사정이 어떤지는 몰라도 겉으로 보기에는 대충 다 비슷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다. 


반면에 영국은 겉보기에 한 덩어리로 보일 뿐 그 내부를 살펴보면 서로 섞이지 않는 선명한 층이 존재한다. 

소득 수준, 출신, 사는 지역, 말투, 교육 수준 등등에 따라 사는 방식도, 심지어 구사하는 영어의 수준조차 다르다. 


비슷한 예로 한국의 거리에서는 사람들 겉모습만 보고 어디 계급 출신이라는 걸 알아채기 힘들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이게 가능하다. 딱 봐도 대충 견적이 나온다는 소리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궁금해졌다. 영국인의 중산층이란 도대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니 나조차도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알고 보니 얼마나 그 전형적인 '중산층'의 사고방식에 기인한 거였는지 깨달아서. 


물론 제가 하는 이야기들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그냥 재미 삼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