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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토리 Mar 24. 2020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건강

영국 Covid-19: 말도 더럽게 안 듣는다

오늘 원래 신입 사원이 입사하기로 되어 있었다. 재택근무로 다 전환된 지 일주일 만에 회사로 가는 거라 나름의 준비를 다 해놨는데, 아침에 메일이 날아왔다. 신입사원의 파트너가 병원에서 일하는데 병동에 생각지 못하게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고, 그로 인해 병동에서 일하던 Health worker 5명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증세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고, 그의 파트너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영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증세가 나타나면 7일 자가격리, 그 사람과 함께 사는 사람들 모두 14일간 자가격리 방침이 있는데, 그래서 그 역시 오늘 출근할 수 없다는 소식이었다. 지금 있는 정부기관 성격상 보안이 철저해서 원래 첫날에 관련 서류를 다 확인하고 보안 절차를 여러 개 밟아야만 계약이 성립되고 일할 수 있는 랍탑 등 전자 기기가 지급된다. 그리고 그게 안되면 기관에 들어올 수도, 일을 할 수도 없다. 그럼 일반 상황이라면 계약이 안되기 때문에 첫 출근날까지는 월급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Recruitment team과 의논한 뒤에 임시 계약을 맺기로 했다. 적어도 금전적으로는 그 신입사원에게 영향이 가지 않도록. 


그렇게 일을 처리하고 창문 밖을 바라보는데 빨간 차가 집 Drive way 앞에 주차했다. 그리고 앞 집 노부부의 딸이 내렸다. 노부부는 분명 70세가 넘으신 고령이신 데다가 특히 부인되시는 분은 류머티즘 등 지병이 있으신데... 정부에서 내려온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지침 따위는 아주 가볍게 무시하고 그 여자는 자기 부모를 방문하러 왔다. 


일을 하는데 이번에는 기관 내 전체 메일이 날아왔다. 재택근무로 다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몇 사람들이 예전과 다름없이 출근을 한다면서... 보안 관련 부서에서 보다 못했는지, 이제 철저히 관리를 할 테니 꼭 사무실에 나와야 하는 사람들 명단과 출근 이유 등을 다 제출하라는 거였다. 그리고 검토를 통해 허가받은 사람들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의 출입을 철저히 제한하겠다고 했다.  


뉴스에서는 정부지침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분주한 런던 지하철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자가 격리하랬더니 관광지나 National Park에 카라반을 끌고 가거나 Holiday Home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제발 자가 격리 너네 집에서 하라는 지자체들의 열 받음이 느껴지는 부탁들도 흘러나왔다. 그리고 주말부터 풀린 날씨 때문인지 공원이나 바닷가 근처 휴양지는 마치 공휴일 휴가 때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는 소식도 들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오후 8시 반 Prime Minister의 announcement가 있을 거라고 속보가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주된 메시지는 "Stay Home". 집에 제발 있으라고. 두 사람 이상도 모이지 말라고.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번에 통과된 법률안 - 정부지침을 어길 시 경찰이 제제를 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 도 얘기하며, 이젠 말뿐 아니라 실제적 제약도 가할 테니 제말 말 좀 들어라,의 의미가 담긴 메시지를 보내고 끝을 맺었다.  



경제와 코로나바이러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던 영국 정부는 1주일 만에 완전히 노선을 바꿨다. 이제야 시작된 문 닫기. 그리고 그걸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참 여기 사람들 지지리도 말을 안 듣는구나;;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 아주 강한 것 같다. '나는 아닐 거야'


거기다 또 하나 드는 생각은... 여긴 정말 개인이 중요하구나. 어떤 이들은 당장 생계 수단이 끊겨서 음식거리를 마련할 쇼핑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문제인데... 직장을 잃을 일도 없는 사람들이 마치 조직이 그들 더러 재택근무하라고 떠밀은냥 정신적 보상을 해달라, 의자가 불편하니 새로 의자를 사달라, 책상을 지급해달라, 그러다가 낮동안에 근무용 랍탑으로 넷플릭스를 보는 사람이 많아 전체 보안 시스템이 다운되는 등, 진짜 별별 상황을 다 본다;; 전체 의료시스템이 버틸 수 없으니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데도, 굳이 차를 3대씩 따로 몰고 나가 공원에 나가서 벤치 3개를 나눠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으니 Social distancing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니냐 (그래 봐야 서로 거리가 1미터 이상도 안되면서!) 하는 사람들이나, 70세 이상은 3개월간 자가격리하라고 했는데도 아주 유유히 거리를 활보하신다. 참..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 


그러고 보니 영국 개인은 규칙을 지키는 것에 민감한데... 반대로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참 개인 맘대로 한다;; 누구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으니 일단은 내 판단대로 하겠다, 라는 성향이 강한 거다. 그리고 지침이 내려왔어도 딱 그 선을 지키는 정도만 하지, 그 외의 것들은 여전히 자기 맘대로다. 즉, 처음에 재택근무를 장려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그럼 내가 출근하고 싶음 출근해도 된다는 거네?'하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다음에 "코로나바이러스 증세가 있는 사람은 7일간 자가격리, 같이 사는 사람은 14일간 자가격리" 지침이 내려오자, 난 증세 없으니 원래 하던 데로 출근하고 외출하겠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가능하면 나가지 마라, 거리를 둬라, 했더니 음식점들은 탁자 몇 개를 치우고 탁자 간 간격이 1미터는 되니 괜찮다며 계속 손님을 받았다. 이번에는 꽤 강한 지침이 내려왔음에도, 내 생각에는 '하루에 한 번은 밖에 나가서 운동하는 게 가능, 그래도 두 사람 이상 모이는 건 안됨, 같이 사는 사람들 제외'이라는 말 때문에 여전히 야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같이 사니까 가족 단위로 산책을 간다던지 등등. 이게 문제가 되면 또 정부는 새로 지침을 내보낼지도 모른다. 정원을 제외하고는 밖에 나가지 마, 라든지... 그럼 개인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뉴스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 정도의 잣대가 정말 필요한 거였냐, 하는 토론을 할지도 모르지. 그리고 아마 정부는 또 그렇게 장기간 집에 있음으로 인해 우울증 등을 겪을지 모를 사람들을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문제가 맞물리면 늘 이런 식으로 돌아갔으니까. 


영국은 이제 시작인데... 지금 상황 돌아가는 걸 보니 갈 길이 멀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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