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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토리 Mar 28. 2020

Covid-19 이후에는?

꽤나 복잡한 생각들의 나열 

(혹시라도 사회적 현상에 대해 심리적 불안감을 쉽게 느끼시는 분들은 읽지 마세요) 


영국이 서서히 문을 닫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브렉시트 결과가 처음 나왔을 때만큼이나 아주 드라마틱한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일주일 안에 휴교령은 물론 외출금지령도 내렸고, 오늘 뉴스에는 수상인 보리스 존슨은 물론 의무 장관도 코로나 확진 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의사나 약사인 친구들은 단톡 방을 통해 매일 생생한 소식을 전해온다. 매일 사람이 죽어 나오는 집들을 제대로 된 보호복도 없이 방문해야 한다며 불안감에 떠는 의사 친구, 동료들이 매일 닥치는 상황을 못 견디고 울음을 터트리거나 아니면 병원 근무자들도 속속들이 감염 증세를 보이고 사라진다고 말을 전해 오는 친구, 약을 내놓으라고 난동을 피우거나 사회적 거리를 위해 약국에 2명밖에 허용이 안되는데 그걸 무시하고 들어온다든지, 기침을 대놓고 한다든지 하는 손님들 때문에 괴롭다는 약사 친구, 등등, 그리고 그 상황은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친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주로 약물/알코올 중독이었던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확인하는 게 친구의 직업인데, 이런 상황에서 방치된 아이들이라든지 위생과는 아주 거리가 멀고 정부의 지침 따위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 사람들 때문에 도리어 자신의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는 친구, 다른 친구는 바람을 쐬러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시간대를 이용해 근처 언덕에 올라갔다 왔는데, 거기서 무더기로 약물 복용에 사용된 주사기 등을 발견했다고 했다. 어제 뉴스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협박의 수단으로 삼는 걸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밖에서 정부지침을 어기고 돌아다니는 청소년들을 포함한 사람들에게 누가 뭐라 하면, '나 바이러스 있어, 너한테 콱 옮겨버릴 거야'하고 협박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여간 이런저런 뉴스와 소식들을 매일 들으며 아주 별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툭 털어놓는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싶어 써보는 아주 개인적인 생각들. 


1. 경제적 여파. 

영국에서는 외출금지령이 내리기도 전에 Flybe라는 유럽/영국 내 전용 항공사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그리고 이미 여행사를 비롯한 관광/숙박업계들은 경제적 위기라고,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Pub에서 근무하던 회사 직원의 부인은 외출금지령이 내리자마자 바로 잘렸다고 했다. 아마도 이번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산업 쪽은 관광/서비스업 쪽일 거고,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자영업자, 0 시간 계약 (zero hour contract)/단기간 계약직, 그 외 정규라도 자본이 튼튼하지 않은 회사의 직원들 등등.. 일단 사람을 상대로 돈을 벌었던 사람들은 아마도 다 타격이 클 거다. 영국에서 매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정부 보조금 신청자들 수만큼이나 실업자 수도 늘어가겠지. 아무리 정부에서 지원을 한다고 해도 경제가 전체적으로 침체되면 끌어모을 돈도 없어질 텐데... 아마도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국가 간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 같다. 어떻게든 다 같이 끌고 가려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과감히 경제적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을 버리고, 있는 놈에게 떡 하나 더 줘서 빨리 회복하자는 국가도 있을 거고... (한국은 솔직히 이제껏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결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긴 하지만..). 이 시기에서 경제적 우위에 서려면 빨리 국가가 경제력을 회복하는 게 최고다. 그리고 그러려면 인력이 얼른 돌아와야 한다. 결론은 빨리 코로나바이러스 잡고 경제활동 정상치로 돌리는 나라가 선빵 치는 거란 거. 


2. 사회적 불안 

미국에서 나라 문을 닫고 외출금지령도 내려야 하나 뭐 그런 말이 나왔을 때 친구들끼리 그런 소릴 했었다. 미국에서 외출금지령을 내리지 않고 퍼지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이 위험할까, 아니면 외출금지령 내렸다가 그걸 견디지 못한 몇몇 사람이 총을 들고 나와 난사하거나 폭동이 나서 죽어가는 상황이 더 위험할까.... 안 그래도 재택 근무령이 내리고 외출금지령이 내리면서 현재 있는 정부기관 회의에서 간부들끼리 가장 많이 의논한 것도 사람들의 well-being에 관한 거였다. 장기간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거나 Cabin fever (밀실 공포증?)에 걸리면 어떻게 하냐, 그에 대한 대안을 내려야 한다, 등등... 그런 개인의 문제도 문제지만 아마도 사회적으로 봤을 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계속되는 경제 위기로 인한 폭동의 발생 가능성일 거다.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를 핑계로 사람들을 무력으로 통제하려 하거나, 경제적 약자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아예 흥미조차 가지지 않을 때, 당장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데 전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그래서 '이럴 바에야 차라리 나도 죽고 너도 죽자'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그게 가장 두려운 거다. 지금 상황에서는 공권력도 꽤나 약해져 있으니... 영국에서 2011년 Tottenham을 시작으로 폭동이 일어났을 때, 내게 있어 가장 공포스러웠던 영화인 'This is England'가 실제로 재현되는 걸 보는 듯한 기분에 매일 불안과 공포에 떨며 보냈던 걸 생각하면;;;;; 이걸 피하려면 지금 이 고립되는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랄 수밖에 없고, 가능하면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방편들이 많이 나오길 바랄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아직도 있는 자들을 위한 부동산, 재산 소득세 감여, 이런 소리 하고 있으면 진짜 아무리 물욕 없는 사람이래도 열 받을 것 같으니 좀 자제했으면 좋겠고, 아무리 다들 힘들다지만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받고 있으면 해외여행이 취소돼서 속상하다느니, 가사도우미 분이 못 오셔서 힘드니, 뭐 그런 소리는 그냥 입밖에도 내지 말자. 


3. 가정 위기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에서 화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베이비붐이 일어날 걸 대비해 미리 피임 대책을 세워야 된다, 뭐 그런 뉴스가 나왔다. 그때는 웃고 넘겼는데, 요즘 생각해보니, 임신 계획을 미루고 있던 부부들에게는 지금이 적기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임산부들도 위험 그룹이니 조심해라, 하는 말이 있지만, 아무 증상도 없이 고립된 상황이라면 지금 계획을 세우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물론 계획이고 뭐고 간에 고립되어 있으니 임신의 경우수가 느는 것도 있을 테고... 그런데 반면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혼율도 동시에 올라가지 않을까... 솔직히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도 24시간 줄곧 붙어 생활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리고 24시간 같은 공간에 누군가와 계속 있어야 하는 건 은근히 피곤한 일이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그게 일상처럼 계속되는 데다가 육아나 직장일, 집안일까지 겹치고, 화장실을 제외하면 개인의 독립적 공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이라든지, 거기에 층간, 벽간 소음까지 신경 써야 하는 주거양식이라면 사람 딱 돌게 하는 최적의 환경이겠지. 그리고 내적으로 쌓이는 스트레스는 언젠간 삐져나올 거고... 

또 그런 생각도 들었다. 가정 폭력의 경우도 꽤나 늘 수 있겠구나. 예전에는 학교니 거리니 하며 가정 밖이 쉼터가 될 수 있었던 아이들에게 집안에 꼼짝없이 처박혀 있어야 하는 상황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끔찍하겠지. 거기다 온갖 공권력은 한쪽에 집중되어 있고, 다른 사회복지 기능들도 대부분 마비된 거나 마찬가지니.... 이럴 땐.. 모르겠다. 온라인을 통한 잦은 연락? 그래도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쩌지?.... 


4. 무법의 거리 

친구들은 내가 꽤나 비관적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립이 오래될수록 아마 밖에 나가는 게 더 위험할 수 있지 않을까... 친구가 집 근처 언덕에 갔다가 발견한 약물 복용 주사기들처럼... 어떤 이들에게는 거리에 사람이 없는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모가 방치한 청소년들은 외출금지고 뭐고 간에 자기들끼리 밖에 나와 활보하거나 경찰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 구석을 찾아 모이기도 하고, 불법 약물 복용이라든지 등등.. 정부의 방침을 무시하고 타당한 이유 없이 이 상황에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면, 아마도 '괜찮아, 난 안 걸려, 걸려도 안 죽어'하는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나, '사람들이 없으니 잘됐구나, 내 세상이다'하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니 사람들 피한답시고 외진 곳이나 늦은 밤, 이른 새벽에 혼자 운동하러 가지 말자;; 혹시 모르니까;;; 


5. 무법의 정치판? 

이건 아주 고삐 풀린 생각이긴 한데... 보리스 수상이 확진 검사를 받았다는 소릴 듣고, 거기다 최근에 본 '킹덤'의 여파도 더해져서 떠오른 생각이다. 즉, 내가 아주 야비하고 쓰레기 같은 생각을 가진, 거기다 잔인하기까지 한 정치인이라면.. 아마도 지금 이 상황을 내 정치적 경쟁자를 숙청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생각하지 않을까. 대부분 자리 좀 잡고 입김 좀 센 정치인이라면 나이도 꽤 있으니 위험그룹에 속할 테고, 그러니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한 명, 혹은 확진자가 썼던 휴지라든지 그런 걸 그 사람 근처에 보내는 건 아무 문제도 아니겠지, 특히 요즘처럼 확진자가 팝콘 터지듯 나오는 추세라면... 거기다 손 좀 써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해도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의심할까... 그냥 '시기를 잘 만났네'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이건 그냥 내 망상이 지나치다고 하고 넘어가자. 요즘 세상에 그렇게까지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는 정치인은 없을 거라고 다독거리면서... 


6. 개판되는 정치/국제 사회 

이것도 아주 고삐 풀린, 좀 위험한 상상이긴 한데... 만약 사람이 죽던 말던 신경을 안 쓰는 정부가 있는 나라라면... 그렇게 정신 나간 이들이 이끌고 있는 나라라면... 그리고 나도 그 정신 나간 인간들 중 하나라면 역시 지금 이 상황을 기회로 보지 않을까... 내전, 쿠데타, 전쟁 등등... 사람 목숨 가지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 인명을 중시하는 국가 A와 국민을 세금 내는 돈줄, 전쟁 때 총알받이, 혹은 인질쯤으로 생각하는 국가 B라면 요즘 상황에 누가 더 불리한지는 안 봐도 뻔한 문제다. 특히 국제적 강자로 인식되고 있던 서구권 나라들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으니 어떤 미친놈이 이걸 기회로 생각한다면... 어우... 끔찍하다;;; 


7. 인간의 적응, 혹은 진화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암으로 여러 지인/가족들을 잃은 후에, 그리고 급격히 늘어가는 dementia (치매)에 관한 뉴스를 들으면서.. 생태계 정점에 선 인간의 천적이 없으니 인간 내부에 천적이 생기는구나, 하고...  요즘에 또 그런 미친 생각이 고개를 든다. 이것도 그런 맥락인가, 싶어서... 참 할 말 없게 하는 바이러스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가 인간 세계에 당연한 생활형태로 자리 잡고 나니 사람들 사이를 옮겨 다니며, 마치 몰려 살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거기다 노령화 인구가 사회적 현상 혹은 문제로 자리 잡고 나니 그들을 상대로 아주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고.... 이 녀석이 인간 세계와 완전히 작별할 일은 없을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어린아이들에게 위협적인 병이 있는 것처럼, 아마 이 녀석도 고령인구에게 위협적인 병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사태를 겪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어느 정도 면역체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 대가로 수많은 생명을 지불한 뒤 겠지만...  


쓰고 나니 괜히 썼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괜찮습니다' 하는 소리를 듣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일주일간 육아, 홈스쿨링, 직장일, 집안일 등 모든 걸 다 해내느라 남편과 아주 진을 뺀 나머지 긍정적 에네지가 다 고갈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가 되었건, 바라는 건 지금 이 상황이 가능한 한 빨리 통제 가능해 지기를. 요즘 이메일에 당연하게 따라붙는 말처럼... 모두들, 

Stay safe and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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