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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토리 Apr 03. 2020

왜 글을 쓰면 쓸수록 괴로워질까

브런치의 꾐에 넘어간 게 아닐까 

브런치에 글을 쓴 지 대략 2달이 넘은 것 같다. 예전부터 블로그를 글을 쓰는 목적으로 계속 쓰고 있었는데, 어차피 사진 하나 없이 글만 올릴 거, 블로그보다는 브런치가 나을 것 같아서 몇 날 며칠 어떤 주제가 좋을까 고민했고, 몇 개의 글을 미리 써놓은 다음 작가 신청을 했다. 블로그는 꽤 느슨하게 자주라고 해봐야 한 달에 한두 번 올리는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아주 작정하고 글을 써보자, 하는 기분으로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꼭 쓰고 올리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글을 쓰면 쓸수록 자꾸 괴로워진다...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라기보다... 그냥 글을 쓰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 괴롭다...

물론 처음 글을 쓸 때는 아주 자신만만했다. 그래, 이제 작정하고 해 보자. 못할 건 없지. 뭐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도 넘쳐났었고, 매일매일 뭘 쓰지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그런데 초반에 쓴 글들 중 두 개가 아주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다음부터 매일 아주 묘한 기분을 마주 한다.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브런치 초반의 글 들 중 조회수가 높은 글들이 많았다는 경험담이 많이 들리는 걸로 보아, 이게 어쩌면 브런치의 미끼 혹은 꾐, 같은 게 아닐까...  그러니까 도박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초반 첫 판에 몇 번 떼돈을 벌게 해서 그 사람들이 계속 일확천금을 바라며 끊임없이 도박의 길로 빠지게 하는 것처럼, 처음에 글을 쓰는 사람들의 글을 메인에 보내 주거나 해서 조회수의 맛(!)을 보게 한 다음 발을 빼지 못하게 (!) 하는 것 같달까... 솔직히 초반에는 쉴 새 없이 올리는 알람 소리가 생소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어우, 나 글 좀 쓰나 봐, 하며 어깨 힘도 들어가고... 브런치 선택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자꾸 폰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로 글을 몇 번 더 올린 후, 울리지 않는 폰을 괜히 몇 번이고 더 확인하고, 일부러 앱까지 들어가서 확인하고, 그런 내 모습에 잠시 현타가 왔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그래서 알람을 꺼버렸다. 마음을 비우자, 누가 보면 어떻고, 안 보면 어때. 어차피 쓰고자 한 이유는 보여주기보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를 어떻게든 해소하고자 한 것 아니었나. 그래, 이렇게 꾸준히 쓰고 있으니 된 거다, 하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그런데 그런 토닥거림도 사실은 모순이 아주 넘쳐났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는 사실 내 노트장 하나면 충분했다. 그리고 아주 게으른 블로그이긴 하지만 꾸준히 찾아와서 읽어주고 무엇보다 장문의 답글을 달아주는 단골(!) 정도는 있었으니 그만하면 충분했다. 그런데도 이 공간에 굳이 작가 신청까지 해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내 글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겠다' 하는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인정하고 나면, 별 반응 없는 내 글이 별로 좋은 글이 아니란 걸 인정하는 꼴이 될까 봐, 그럼 괜히 더 자괴감이 들까 봐, 두리뭉실 보호막을 둘러치고 '괜찮아, 괜찮아, 누구 보여주려고 쓴 것도 아니잖아? 글을 쓴 거면 된 거야'하고 스스로를 토닥이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사실은 괴롭다. 남들은 다 일확천금 얻었다고 하니, 조금만 더하면 나도 한판 크게 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판돈을 올리는 도박가 마냥 글을 써서 올릴 때마다 짜릿하면서도 아주 초조하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도 낮지만, 복권을 사지 않으면 당첨될 확률조차 없다,라고 말하며 매번 복권을 사는 사람의 정당화처럼, 나도 글을 쓰지 않으면 (거창하게 작가까지는 아니라도) 내 글을 알릴 기회조차 없는 거다,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조용히 묻혀버리는 글을 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또 숨기려 한다. 신경 쓰지 말자고, 무슨 상관이야, 하고 제법 쿨한 척까지 해가며... 


하긴 이 공간도 따지고 보면 SNS와 같은 맥락 아닌가. 사진을 올려서 더 많은 '좋아요'와 팔로워를 끌어 모으는 것처럼, 여기서는 글이 사진을 대체하니까. 그렇게 따지면, 그런 이유들로 소셜미디어를 거의 하지 않는 나로서는 괴로울 법하다. 거기다 나는 글 쓰는 자아의 익명성을 중시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아주 알리지도 않으니 지인 효과를 볼 수도 없을 거고...


매일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와 글을 써야겠다는 강박감이 뒤엉켜 괴롭긴 한데 아직 포기할 만큼 지치진 않았으니 아마도 나는 계속 글을 쓰긴 할 거다. 그러면서 괜히 했나, 하는 후회도 하고, 실망도 하고, 내가 글을 더 써도 될만한 인간인가, 하는 자괴감도 가지고, 글로 밥 먹어 먹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 이런 생각도 할 거고... 


뭐 그런 푸념과 투정 섞인 잡설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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