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토리 Jun 19. 2020

사내 괴롭힘 차별 종류

영국 직장에서는 이렇게 구분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재택근무로 모든 게 전환된 지 3개월. 직장에서는 아무래도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다 보니 사람들 정신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저번 주에는 내가 있는 기관에서도 'Mental Wellbeing Week'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동시에 Bullying and Harrassment (괴롭힘)에 대해서도 크게 사내 조사가 있었다. 


결과 보고서를 읽다가 예로 나온 것들이 생각보다 흥미로워서 소개하고자 쓰는 글입니다. . 


글을 쓰기 전에 한국말로 검색을 해보니, 한국말로는 'Bullying'이나 'Harrassment'가 다 '괴롭힘'이라고 나와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차이가 미묘하게 다르다. 여기서 쓰는 의미로 보자면... 


Bullying: offensive, initimating, malicious or insulting behaviour, abuse or misuse of power, through means which undermine, humiliate or injure the recipient 


Harrassment: unwanted behaviour which you find offensive or which makes you feel intimidated or humiliated. It happens on its own or alongside other forms of discrimination 


즉, 간단히 보자면 Bullying은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려는 행위자의 의도가 상당히 분명한 괴롭힘이고, Harrassment는 행위자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받는 사람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부하직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고의적으로 태클을 거는 건 bullying에 가까운 괴롭힘이지만, 자기 딴에는 친근한 행동이랍시고 사생활에 자꾸 간섭하거나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하는 건 Harrassment에 가까운 괴롭힘이라는 거다. 


그리고 여기에 또 자주 나오는 말이 하나 있는데, 바로 Microaggression. 한국말로는 '미묘한 차별'. 여기서 쓰이는 사전적 정의를 보자면, 


Subtle, but offensive comments or actions directed at a minority or nondominant group that is often uninteiontional or unconsciously reinforce a steretype 


보통 별다른 의도나 생각 없이 한 말이나 행동이지만 미묘하게 소수나 힘없는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적 발언이나 행동 등이 여기에 속한다. 괴롭힘이나 차별의 범주에서 아마도 이게 가장 애매한 부분에 속하지 않나 싶다. 기분은 나쁜데 뭐라 따지자니 나만 예민한 사람 되는 거 같고, 하는 당사자도 농담인데 뭐, 하고 숨기 딱 좋은 그런 말과 행동들. 그런데 이게 계속되면 정신 건강을 꽤 크게 해치는 그런 것들. 


그리고 나누고 싶은 건 여기에 해당하는 예시들이다. 영국 직장에서는 이런 걸 미묘한 차별이라고 본답니다 -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을 시켜놓고 자기가 해버리는 경우 

한 사람이 해낸 일을 팀 전체의 공으로 돌리는 경우 

팀 전체가 해낸 일을 한 사람의 공으로 돌리는 경우 

누가 말하고 있는데 중간에 말 자르기 

누군가의 말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 (예. 누가 말하고 있는데 자꾸 폰을 본다는지 화제를 돌리는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의논하기도 전에 상사에게 바로 알리는 경우 

내가 답을 했는데도 바로 믿지 않고 자꾸 다른 동료에게 내 답을 확인받으려는 경우 

직속상관을 무시하고 그 위 상관에게 자꾸 보고하는 경우 

처음에는 내 의견을 무시했다가, 나중에 더 위에서 하라고 지시가 떨어지면 그제야 내 의견을 받아들이는 경우

미리 동의를 구하지 않고 상사를 대화에 끌어들이는 경우 (예. 이메일 chain에 갑자기 상사를 cc 하는 것) 

일대 일 미팅을 잡아놓고 다른 일이 있다며 마지막에 취소하는 경우 

준비할 시간도 충분히 주지 않고 중요한 회의에 갑자기 참가하라고 하는 경우 

부하직원과의 정기적 미팅을 계속 연기하거나 제대로 신경 쓰지 않는 경우 

누군가의 출근이나 퇴근시간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 

정해진 직급 사이에서만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 

회식이나 친분 활동에 특정 사람만 제외하는 경우 

불편한 정도로 가까운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경우

내 직급이나 힘을 과시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경우 

회의에서 특정 사람이 발표할 때나 말할 때마다 흥미 없다는 표정을 짓거나 행동을 하는 경우 

여러 사람이 받는 이메일에서 대놓고 어떤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비판하는 경우 

상관없는 사람을 bcc (숨겨진 수신자)에 포함해서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 


솔직히 이런 예시들이 나열된 결과 보고서를 읽으며, '아, 맞다, 맞다'하고 공감한 것도 있었고, 어떤 건 '진짜? 이것도 그렇다고?"하고 생각한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내 의견을 무시했다가 나중에 위에서 지시가 떨어지면 하라고 하는 경우. 진짜 질릴 만큼 많이 겪는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인 건지, 다들 문제가 있다고 인지해도 뭐가 터지기 전에는 건드리지 않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대로 두면 나중에 꼭 터진다. 그러니 제발 우리 이거 미리 좀 고쳐놓자. 해결책 좀 미리 준비하자, 내가 이거 준비할게' 하고 그렇게 말을 해도 더럽게 안 듣는다. 그러다 내가 계속 물고 늘어지면, 마지못해 하며, '지금 시간이 없어서, 인력이 없어서, 다른 일이 바빠서..'하고 핑계를 대며 미루다가, 어느 날 위에서 '그거 문제라더라, 어떻게 좀 해봐라' 그러면 그때 갑자기 연락이 온다. '전에 얘기한 거 있지? 그거 해결하란다' 그리고 그러면서 꼭 '언제까지 가능해? 이번 주?'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치는 거다. 그럼 열이 받는다. 진작에 말 좀 들었으면 차근히 몇 달 여유를 가지고 해결할 걸, 막상 닥치니 어떻게든 결과를 내려고 촉박하게 사람을 볶아대고...  그러면서 시간적으로 안되면, quality를 포기해서라도 일단 마감일을 맞추라고 한다. 그렇게 맞춰놓고 이건 진짜 더 수정해서 보안해야 한다,라고 하면,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 또 불 하나 터지기 전에 놔둬라, 이런 식이다. 


그 외 인종차별적으로 보자면, 초반에 그런 일을 많이 겪었었다. 회의하는데 나를 보지 않고 계속 백인인 내 동료를 보거나 재차 확인하는 경우 (결정은 내가 하는데). 말 자르기, 끼어들기, 말하고 있는데 한숨을 쉰다거나 참을성 없게 책상을 친다거나,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경우 등등... 


반면 이것도 차별에 해당하는 거였어, 하고 놀랐던 건 한 사람이 해낸 일을 전체의 공으로 돌리는 것. 솔직히 나도 무의식 중에 '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인지, 말을 할 때 '내'가 한 것임에도 'we'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리고 팀원 A가 주도한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를 내면, 'we' 혹은 'team'이라고 공을 돌리고, A에게는 따로 메시지를 보내 수고했다고 말하는 식인데, 은연중에 그게 팀을 위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런 일을 겪어도, 좀 기분이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팀 전체가 인정받는 게 나 하나 인정받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넘길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것도 미묘한 차별 중의 하나라니. 


그 외 재택근무로 인한 예시도 몇 개 추가되긴 했는데, 얘를 들면 사내 채팅 망에 뜨는 '현재 상태' - available, away, busy, in a meeting, do not disturb, 등등을 통해 '너 자리를 오래 비웠더라'하는 말을 하는 거나,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했냐 하고 근무패턴을 감시하거나, 쓸데없고 의미 없는 보고서를 시킨다던지, 영상으로 보이는 집안 풍경에 대해 뭐라 농담인 척 말을 한다든지, 등등 이 추가되었다.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떤가요? 한국에서는 어떤 경우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