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며느리

거기다 외국인

by 민토리

며느리는 아침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냉큼 위층으로 올라가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올라가고 나면 하루 종일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주야장천 앉아 뭘 한다는데 무슨 일을 하길래 그렇게나 바쁘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때론 점심도 거르는 바람에 가끔 아들이 밥을 갖다 바치지 않으면 먹지도 않고, 어쩌다 한번 내려오면 뭐가 그리 바쁜지 자꾸 시계를 보면서 대충 커피와 빵 조각 같은 것만 들고 또 냉큼 올라가버린다.

오후에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리고 와도 또 올라가서는 해가 져서야 그동안 쌓인 그릇 같은 걸 들고 내려온다. 그것도 아주 피곤한 얼굴을 하고서.


그래서 아들에게 물어봤다. 도대체 네 아내는 뭘 하길래 그렇게 바쁜 척을 하는 거냐고.

아들이 알 수 없는 말들을 여럿 늘어놓았다. 정부 기관이니 데이터니 회의니 프로젝트니 뭐 그런 것들.

이해할 순 없지만 뭐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루 종일 바쁜 건 아들도 마찬가지이니 그러려니 했다.


며느리와 아들은 온 지 2주도 안되어서 집에 뭘 자꾸 사다가 나르기 시작했다. 주방에 전자레인지가 등장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전기밥솥인지 뭔지도 들여왔다. 다이 X인지 뭔지 청소기도 떡 하니 벽에 붙였다. 통이 달린 이상한 밀대 같은 것도 들고 오고, 설거지하는 대신 주방에 있기만 했지 그동안 쓰지도 않았던 식기 세척기에 모든 걸 집어넣는다.


그런가 하면 요상한 도구들을 들고 와서 주말에는 아이들과 뭘 굽는다고 난리를 쳐댄다. 밀가루가 날리고 아이들 얼굴에 초콜릿이 묻는데도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은지 아이들에게 계란까지 깨게 한다. 그렇게 복작거려서 뭔가를 구워내는 걸 보면 신기하긴 하지만, 그냥 집 앞 베이커리에서 사 먹으면 되는 걸 저 고생을 해서 먹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거기다 엉망이 된 주방이라니, 보고 있으면 당장 잔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으니 차라리 안 보는 게 상책이다.


거기다 음식은 어떤가. 영국에서 오면서 뭔가 알 수 없는 소스 같은 걸 잔뜩 들고 왔는데, 정체불명의 소스도 모자라 마늘이며 양파며, 뭔가를 잔뜩 썰고 뭉치고 다듬어서 커다란 팬에 넣고서 이제껏 보지도 못한 음식들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꼬박꼬박 잘 먹어대는 걸 보면, 저리 입맛을 길들여서 내 음식은 아이들이 손도 대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러다 주말에는 아예 아침 일찍 내려오지도 않는다. 어떤 날은 아들이 며느리를 쉬게 한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와 아침을 먹이고 다 같이 산책까지 다녀왔는데도 며느리는 아주 조용했다. 아들 말로는 컴퓨터로 또 뭔가를 쓴다던가 하고 있다는데, 주말에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저렇게 가끔씩 혼자 틀어박혀 있는 며느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뭔가 대화를 해보자면 조금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이해를 하고는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속이 답답하다. 거기다 아이들도 제 엄마가 있으면 스페인어를 하는 대신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알아듣지 못할 말로 재잘거리니, 그것도 답답하고.




나는 시어머니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잘 모른다.

가끔 내려가면 다림질을 하고 계시거나 점심 식사 준비를 하고 계시고, 가끔은 거실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계시거나, 시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나가셨다.


시어머니는 빨랫감이 쌓이거나, 식기 세척기에 그릇들이 쌓여 있거나, 빨래가 말랐는데도 걷지 않는다던지, 물 마시고 난 컵이 그대로 주방에 놓여있다던지, 거실에 아이들 장난감이 놓여있다던지, 그런 걸 두고 못 보시는 편이다. 빨래가 된 것들은 속옷과 양말까지도 다 다림질하는 분이시고, 귤 하나를 까먹고 있어도 앞에 접시를 갖다 놓아주시는 분이기도 하다.


가끔은 나도 모를 룰이 있긴 한데, 그럴 때는 남편을 통해 말을 전해 듣게 된다.

"너 혹시 이거 이렇게 했었어?"

"응 왜?"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된대"

"왜?"

그럼 남편은 전해 들은 이유를 말해주거나 아니면 자기도 모른다며 어깨를 으쓱하고 만다. 그럴 때는 이유를 이해하기보다 그냥 받아들이는 게 편하기 때문에 대충 "알았어'하고 대꾸하고는 '기억해야 할 것들' 리스트에 추가시켜놓는다.


그러다 보니 괜히 뭘 하기 눈치 보여서 안 하게 될 때도 많고, 회사에서 뭔 일이라도 있어서 늦게 퇴근 (로그아웃) 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뭐라도 상황 설명을 하고 싶긴 하지만 그걸 스페인어로 바꾸는 것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라 그냥 입을 닫게 될 때도 많고..




말이 안 통하는 시집살이를 하는 건 생각보다 꽤 피곤하고 복잡한 일이다.


내 앞에 가로막힌 유리벽 뒤에서 뭔가가 벌어지고 있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듣지는 못하겠고, 알아들어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어 내 의도와 상관없는 물감들이 벽에 덕지덕지 칠해지는 걸 두고 보기만 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럴 때마다 자꾸 결론이 '그러니까 스페인어 공부해라'하는 식으로 나는데, 가끔은 그것조차 괜히 불만스러워진다. '왜 나만 그래야 해?' 하는 뿔난 생각이 든다고 할까..


뭐.. 그렇습니다. 아직은 여전히 '적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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