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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랑 Aug 23. 2023

거취의 문제

갑자기 제주도?

 내년이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계약이 만기가 된다. 전세를 1년만 더 연장하는 것도 괜찮고, 내후년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동네로 미리 가서 1년 정도 먼저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또 다른 제안을 했다.


딱 지금이 시기가 괜찮을 것 같은데,
우리 1년 동안 제주살이를 갔다 오면 어떨까?


 제주도 일 년 살이는 오래전부터 남편의 로망이다. 평소 '제주도와 전라도 빼고는 다 살아보았다'라고 하는데, 그 '살아본 지역'에 제주도를 추가하고 싶은 것 같다. 그의 생각은 이랬다.


 '내년 새 아파트에 입주를 한 뒤에는 1년이란 시간을 내어 다른 지역에 가서 살아본다는 건 더 쉽지 않다. 그리고 첫째 아이가 금방 예비중학생이 될 것이고,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친구관계도 중요하고 학업에도 열중해야 되기 때문에 이사나 전학이 쉽지 않다. 예전부터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제주살이'였는데, 간다면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고 나는 언제나 그를 지지하는 편이므로 큰 고민 없이 제주살이가 결정되었다. 평소 나는 생각과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뭔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늘 어려워한다. 그런데 이번 문제는 결정은 쉽게 되었는데 왜 불안과 걱정의 후폭풍이 뒤따르고 있는 걸까?


 제일 걱정되는 것은 배송, 배달 서비스다.

서울에 살면서 마트에 가는 일이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였다. 코스트코를 두 달에 한번 정도 가고, 거의 모든 식재료를 로켓프레쉬나 마켓컬리로 주문을 한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도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이용했다. 제주도 가면 매번 끼니를 어떻게 챙겨 먹지..? 그리고 배송하고 싶은 물건의 추가배송비는 어떻게 감당하지..?


 아이들의 양육도 걱정이다.

첫째는 지금은 학교, 학원에서도 곧잘 하는 모범생인데 제주에서 신나게 놀다 보면 습관이 흐트러지지는 않을지..  둘째는 아직 어려서 좋을 것 같기도 하면서 그래도 주변에 같이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보고 배우는 것도 있을 텐데 내가 혹시 잘못 키우게되면 어떡할까...? 그냥 서울에서 평범하게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 괜히 별나게 아이를 사교육에서 떨어트려놓는 것 아닐까..?


 주택에 산다는 것도 걱정이다.

아파트에서만 살아봤는데, 주택에 살면 마당의 잔디와 벌레는 어떻게 관리할지.. 바닷가의 바퀴벌레는 차원이 다르다던데..


 정말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이건 걱정보다는 아쉬움이라 해야 하나.. 

어른이 된 후 오랜만에 사귄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었다. 운동메이트랄까? 동네에서 같이 자전거 타고 클라이밍을 배우러 가며 친해진 같은 아파트에 사는 두 살 많은 언니인데, 마침 언니네 세 딸 중 둘째와 셋째가 나의 첫째, 둘째와 동갑이어서 아이들과 다 함께 자주 만나며 친해졌다.

 어른이 된 후 몇 번 이사를 해봤기 때문에 마음 맞는 사람을 이웃으로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알고 있다. 그래서 너무 아쉽다. 이런 이웃을 또 만날 수 있을지.. 이렇게 즐겁게 운동을 또 할 수 있을지..


어쩐지 이사를 가게 되면
한동안, 아니 한참 동안 조금 외로울 것 같다.



 서울 안에서 집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제주도로 이사하는 건 거의 이민이라던데..

 내려갔는데 나도 아이들도 너무 적응을 못하면 어떡하지?





그리고 지금,

사랑과 낭만의 섬 이곳 제주도에 2달째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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