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손님이 되면 더 까다롭고 깐깐하다고들 한다. 왜... 그럴까?
처음엔 서비스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만큼 요구사항도 많고 눈에 안 차는 것들이 많이 보여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라면 끓여만 줘도 '엄마 최고'를 외치던 아이가 어느 순간 계란이 너무 익었니 면이 퍼졌니 컴플레인을 하게 되는 것처럼..?!
아니 어쩌면 본인이 고객만족을 위해 너무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 또는 본인이 친절을 평가받는 사람이라 자기도 모르게 상대의 태도와 말투를 평가하다가 더 예민해지는 걸까? 커피에 진심인 이탈리안이 에스프레소를 물에 타 먹는 것을 보고 기겁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고 극소수의 사례가 편견이 된 게 아닐까 한다.
내 주변 동료들도 그렇고 나 역시 그런 일들이 얼마나 일할 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오히려 진상 손님, 특이한 손님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쁜 기억을 남기는 손님이 되지 않기 위해서 호텔이나 숙소를 나올 때도 뒷정리를 최대한 깔끔하게 하고 나오고, 백화점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에도 손을 닦은 타올로 세면대 주변을 한 번 닦고 나와야 마음이 편하다. 과도한 요구를 하기는커녕 상대의 실수로 누락된 서비스를 재차 요구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자신의 잘못을 알면 미안해하고 불편해할까 봐 혹은 그것 때문에 상사에게 혼날까 봐 혼자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일을 하면서 "네네~'하며 어깨를 반쯤 접고 살아서 그런지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에도 저자세가 되는 것 같아 속상할 때도 많다.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도 상대를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해서 못하고, 오랜만에 호텔에서 우아하게 식사하고 싶은 날에도 직원이 물 잔을 채우기 위해 다가오면 괜히 내가 물을 마셔서 잔에 물을 채워야 하는 수고로움을 준 것 같아 안절부절못한다. 상대방의 실수로 부딪히거나 방해받아도 '죄송해요'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뭐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해서 죄송하다는 건가 싶다. 오죽하면 별명도 호갱일까.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병인가 보다.
아무튼 나와 주변 동료들 대부분은 누군가를 힘들게 해서 이득을 보는 것보다는 조금 손해 보고 살자는 주의다. 그리고 사실 '착해서'라기보다 '나중에 돌아올 보복이 두려워서' 나쁜 짓, 진상짓을 못하는 것도 있다. 원래 진상짓을 할 수 있는 센 성격이 아니긴 하지만, '무시당하지 않겠다', '손해를 보지 않겠다'라고 마음먹고 따지자면 그런 컴플레인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언젠가 나에게 두배로 돌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게 된다.
가끔 진상 손님을 만나면 지난 무심했던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돌돌 말린 채로 급하게 체크아웃한 호텔방의 이불, 대답도 없이 끊어버린 영업전화, 추가 할인받기 위해 재 결제한 영수증이나 쫓아내 버린 베란다의 비둘기 같은.. 그 어디에서 내 행동이 원한을 산 걸까..
원래 복수는 하늘이 해 준다는 말이 있다. 엄마들이 사춘기 자녀들에게 '나중에 너 같은 애 낳아 키워봐'라고 하는 것처럼 진상을 부려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은 언젠가 진상을 만나 똑같이 힘들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악담을 하고 싶진 않은데 어쩌다 보니 저주를 내린 것 같아 또 두근거린다.
정말 진상, 빌런 손님은 다시는 만나지 않을 테다.
오늘도 하늘 아래 어디선가 진상을 만나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토닥토닥, 그 진상 벌 받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