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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랑 Oct 16. 2023

돌고래 좋아하나요?

배를 타고 깊은 바다로 가지 않아도 돌고래를 볼 수 있는 줄 몰랐다.
집에서 10분만 차를 타고 내려가면 바다를 볼 수 있고,
20분만 차를 타고 내려가면 돌고래가 지나가는 해안이라니!
정말 환상적이다!



제주도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의 일기이다.

 

나는 돌고래를 좋아한다. 다른 동물은 딱히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지만, 돌고래는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서부터 돌고래는 그냥 좋았다. 그렇다고 매니아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하게 좋아한다. 누가 '돌고래 보러 갈래?'라고 말하면 무조건 '그래!'라고 대답하는 정도지 내가 나서서 돌고래 보러 가자고 조르는 정도는 아닌. 뭐 누가 일상에서 ‘돌고래 보러 갈래?’라고 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다만.


10년 전 신혼여행으로 간 멕시코 칸쿤의 천연 워터파크인 ‘셀하’라는 곳에서 돌고래를 보았다. 당시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많이 찍어 간직하던 시절이 아니라 남긴 영상이 없어 아쉽지만, 그렇다고 요즘 찍은 동영상을 다시 찾아보는 일은 또 드무니 있다고 한들 어느 외장하드에서 잠자고나 있겠지..

그리고 그 후에는 5년 전 첫째가 6살 때 같이 놀러 간 호주 시드니에서 돌핀크루즈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서 또 돌고래를 보았다. 우리는 헤엄치는 돌고래를 보며 신기해했고, 돌고래도 우리가 신기한 듯 우리가 타고 있는 크루즈를 따라 왼쪽으로 왔다가 오른쪽으로 왔다가 하면서 함께 바다를 누볐다.

 

그렇게 멀리 칸쿤과 시드니까지 가서 본 돌고래를,
제주도에서는 해안도로를 달리다가도 볼 수 있다니!!
해안가에 그냥 서서 기다리면 볼 수 있다니!!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도 볼 수 있다니!!

이 사실은 제주 와서 알게 된 올해 제주살이 2년 차에 접어든 누가 알려주었다. 그녀는 자기 주변에는 돌고래를 보러 가서 기다렸는데 못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무조건 오늘 가보라고 했다. 구글 맵에 검색하니 돌고래, 돌고래포인트, 돌고래전망대, 돌고래스폿 등 다양한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추천받은 곳은 도구리알 포구와 미쁜 제과! 도구리알 포구에서 노을해안로를 따라 쭉 내려가다 보면 사람들이 돌고래를 보기 위해 차를 세우고 서 있는 곳들이 있단다. 그곳에는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는 배가 지나다니거나, 근처에 양식장이 있기 때문에 돌고래들이 양식장에서 탈출한 작은 물고기를 먹기 위해 떼를 지어 헤엄쳐 다니기도 하니 그곳에서 바다를 지켜보고 있으면 돌고래를 볼 수밖에 없단다.   

그날은 마침 남편이 일찍 퇴근하는 날인 덕분에 첫째 하교시간에 맞춰 둘째도 픽업해서 돌고래를 보러 가기로 했다. 돌고래는 하루에 두세 번까지도 지나가는데, 그녀가 4시에서 5시 사이에 가장 많이 봤다고 해서 우리도 그 시간에 맞추어 가보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네비에 도구리알 포구를 찍고 달렸다. 가다가 보니 해안도로가 나왔고, 곳곳에 돌고래 모양 조형물이 있는 포토존도 보여서 차에서 내렸다. 그곳엔 '이곳은 돌고래들의 집이우다.'라는 귀여운 표지판도 있었다. 신도포구 도구리알이었다.


사진이 왜 이런 것뿐일까? 사진을 찍기보다 직접 눈으로 감상하는 것을 더 좋아해서 늘 지나고 나서 후회한다.


그곳에서 바다를 조금 구경하다가 다시 차를 탔다.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니 정말 사람들이 많이 서서 바닷가를 보고 있는 곳이 있었다. 그 주변 도로가에 주차된 차들이 보였고, 가까운 바다에 작은 배 두 척이 떠 있는 것이 보여 우리도 여기에 꼭 내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그렇게 차에서 내려 바다 쪽을 바라보고 얼마쯤 지났을까.. 정말 돌고래가 나타났다! 적어도 6~7마리는 될 것 같은 돌고래 떼가 바다에 떠 있는 배 주위를 헤엄치다가 남쪽으로 무리 지어 헤엄쳐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배가 보이면 근처에 돌고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눈으로 찾는 것보다 영상에 담는 게 훨씬 어렵다


우리가 운이 좋았던 걸까?

아니, 정말 이렇게 쉽게 돌고래를 본다고??!!  

이 정도면 앞으로 일상에서 돌고래를 보러 가자고 하는 일이 흔한 일이 될 것 같다.


그렇게 돌고래의 움직임을 쫓으며 한참을 구경한 뒤, 돌고래 포인트 주변의 나름 유명(?) 카페인 미쁜제과에 들렸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남편과 나는 각각 커피와 밀크티를 마시며 늦은 오후의 풍경을 감상했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는 돌고래가 지나가는 듯 파도가 춤추는 듯 계속 출렁이며 반짝이고 있었다.




*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연안에 터전을 잡은 돌고래로 국제보호종이다. 해양생태계법에 따르면 해양보호생물을 관찰하거나 관광할 땐 이동이나 먹이활동을 방해해서는 안되고, 돌고래의 경우 50m 이내에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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