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살아내는 일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이 말이 참 잔혹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저 말을 들어야 하는 순간은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겠지. 때로 상황에 따라서 희망과 절망을 번복하는 과정이라면 여러번 들어야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처음의 절망보다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 사람이 생전에 나에게 얼마나 중요했던 사람인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상황이야 어찌됐든, 사람을 보낸다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마음의 준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무슨 준비를 해야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아무도 모른다.
새로운 직장에 출근을 한지 일주일 쯤 되던 어느 날이었다. 같이 일하는 한분이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두절이 되었다. 급한 일이 있나보다 하고 기다리며 각자 업무를 하던 중에 시내버스 사고 소식을 접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는 채로 거의 두시간을 온갖 인맥을 동원해서 다같이 여기저기 병원을 수소문했다. 점심시간 15분 전 그 분 성함이 적힌 리스트를 찾은 곳은 장례식장이었다. 두 시간 동안 수도 없이 검색했던 뉴스기사 속 두 명의 사망자 중 한 명이었다. 병원에 다시 한번 확인을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일을 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퇴근하고 다같이 장례식장으로 갔다.
우리 딸이 출근하다가 그만...
아버님이 처음 내뱉으신 말이었다. 얼마나 분통하실지 감히 상상도 안됐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다녀오겠다며 나간 딸을 다시 만난 곳이 병원이라니, 그것도 장례식장이라니. 되려 실감이 안나는 듯 덤덤하신 모습이 더 슬펐다. 그곳에서의 한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남기면 안된다는 말에 꾸역꾸역 밥을 넣고서 멍하니 앉아있었던 것 같다. 집에 오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사고가 나고 마지막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프지만 병원에 가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했을까, 마지막이 마지막일거라고 생각도 못했을까, 그 날 퇴근 후에 무엇을 가장 하고 싶었을까. 출근버스에서 어떤 음악을 들으며 어떤 풍경을 보고 있었을까. 30년도 다 못채운 일생에 못해본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음 날 눈부실만큼 하얀 꽃다발로 그 자리를 채웠다. 사실 채울 수 없었다.
아마 내 주변의 일이 아니라 뉴스에서 접한 소식으로 끝이었다면 잠깐의 안타까움으로 끝났을 어느 사건이었을 것이다. 두세마디 대화 나눈 사이에서는 아무렇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와중에 그래도 내 가족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살아간다는 것도 조금 무서워지는 것 같다. 순간마다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아마 꽤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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