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싫어하는 부분
누구는 사귄지 얼마 됐는데 벌써 적신호가 켜졌다는 둥, 누구는 이런점 떄문에 정말 힘들다더라 하는 등의 타인의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나한테 서운했던 점이나 고쳤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없냐고 물어봤더니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엥? 없다고? 나는 덜컥 왜?라는 물음이 튀어나왔다. 누구나 단점은 있기 마련인데 사계절을 다 겪어본 이 시점에서 고쳤으면 하는 부분이 없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꼭 있어야해? 뭐 예 - 전에 있었을 수도 있겠지! 근데 지금은 없어.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나부지 뭐~' 라고 대답했다. 워. 거의 득도하신 분 같은 느낌(!) 신기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싫어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해서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달라. 물론 만나다보면 싫은 부분이나 마음에 안드는 점도 분명히 생기겠지? 하지만 그런게 생겼다고 해서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좋은건 좋은거고! 별로인건 별로인거지!
감정에 총량이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고 좋아함 80이었는데 싫은 점이 생겼으니까 -5! 이런건 말도 안되지 않아? 좋아하는 마음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듯이 싫어하는 부분도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사라지기도 하겠지~ 마음에 안드는게 없으면 또 어때! 좋은거지 뭐~
띵 - . 머리와 마음을 동시에 깨우는 말이었다. 별로인 부분을 그저 숨기고 없다고 말하는 줄로만 알았다. 내 기준에서 생각해보니 상대방을 싫어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해서 좋아하는 마음이 저절로 줄어들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방어기제 같은 종류의 마음으로 줄여버리는 경우는 있었겠다 싶었다.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감지되면 나랑 안맞는구나하는 마음에 방패를 들고 마음을 줄여보려고 한발짝 물러섰던 나를 반성하게 되는 말이었다.
유난히 대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남들은 술을 빌려서 하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카페에서, 혹은 차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쑥 꺼내곤 한다. 그래서 거의 8개월 만에 단둘이 첫 술자리를 가졌었다. 굳이 알콜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술김에~라는 조건을 붙이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음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솔직함이라는 것이 연인 사이의 예의기도 하지만 그만큼 내가 너를 믿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는 신뢰를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도 차안에서 투둑 투둑 빗소리를 들으며 넌지시 나의 이야기를 꺼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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