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고찰
약 500일 후쯤 되면 '와 내가 벌써 서른...? 말도 안 돼!'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있을 것이다. 중학교 때 친구가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긴 세월을 함께 하였고, 대학교 친구마저도 함께 한지 10년이 다되어 간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게 되면서 우리는 점차 화젯거리가 변해가기 마련인데, 요즘 누구를 만나도 빠지지 않는 얘깃거리는 결혼이었던 것 같다. 주말에 서울 친구들을 만나러 잠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돌이켜보니 정말로 1박 2일 내내 결혼 얘기만 한 느낌이었다.
누구는 결혼해서 이렇게 산다더라, 힘들다더라 혹은 누구는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다더라 등등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언제쯤 프로포즈를 할 거고 어떤 방식으로 식을 진행할지 고민 중이라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누고 왔다. 정말 가까운 사람들과 이런 얘기를 하고 나니 와 이제는 결혼이 머나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내 생각도 그렇기 때문에 당장 올해 안에 결혼!!!! 이라던가 그런 무지막지한 추진력 따위는 없다. 하지만 조금씩 준비를 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고, 정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 끼고 남일처럼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시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쯤 되니 어릴 때부터 품어온 나의 환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다들 누구나 결혼에 대한 환상은 있지 않을까? 뭐 아침에 달달한 목소리로 깨워주고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동화 속 이야기 같은 게 아니더라도 퇴근하고 메로나 하나씩 손에 들고 나머지 손은 서로 마주 잡은 채로 같은 집을 향한다거나 하는 등의 소확행 정도 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게 될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것 정도의 조건은 있었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무슨 이야기를 꺼내더라도 그로 인해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감정적이기 때문에 나를 감정에서 건져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식장 들어가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말이 있다.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혹은 그 후에도 '정말 이 사람이 내 짝이 맞을까'하는 의문이 수없이 들고 내 결정에 대해 의심스럽기 마련이겠지만 그런 사람이면 아마 평생을 함께 해도 씩씩하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나 어떤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좋겠어?라는 물음에 '아빠는 그런 거 없어~ 우리 딸 눈을 믿어'라던 그 말에 힘입어 나도 내 눈을, 마음을 믿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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