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온 우주가 되어버린 너

by mintree

새벽 5시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캐리어를 끌고 나가서 그날 저녁 5시 59분에 만났다.

정말 내 아이가 맞는 건지 실감도 나지 않았지만 품에 안자마자 눈물부터 났다.

잠깐 안아서 얼굴을 마주한 게 다였고 2주는 유리창 너머로 하루 두 번 만날 수 있었다.

그 2주도 품에 안고 있는 시간이 좋아서 모유수유를 했다.

둘이 병원에 가서 셋이 되어 집에 오는 날 무서우면서도 설렜다.

아직 그날의 새벽공기가 코끝에 생생한데 2년이 넘었다.


740일 남짓 아기와 붙어있으면서 문득문득 드는 생각은

내가 이렇게 마음껏 사랑해도 되는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


마음을 다 표현하면 부담스럽다고 떠나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너무 많은 애정을 줘서 분리불안이 생길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줄수록 더 행복해하는 아이가 있다는 게 얼마나 기적인지.


이 작은 아이를 만나기 전의 삶이 어땠는지

내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종종 생각해 보지만 아무래도 지금이 좋다.

엄마가 제대로 힘을 못줘서 나오다가 몸에 피멍이 들었으면서도

나오는 거 안 힘들었다고 뱃속에서 나와서 엄마 봐서 좋았다고 말해주는 내 아기.


귤만 데구르르 굴러가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 아이에게는 눈물의 이유를 묻고

별 탈 없이 무사하면 다행인 어른에게는 종종 행복의 이유를 묻는다.


매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웃어주는 아기를 보고 있자면

어쩌면 우리는 모두 태어날 때는 행복이 기본값이었겠다 싶다.

너의 행복을, 웃음을 오래오래 지켜주고 싶다.

엄마의 사랑이 귀찮아질 때까지, 귀찮아하더라도

엄마는 너를 사랑해. 아주 많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런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