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식 2일 차

헤헤 누룽지 먹었지롱

by 민트슈슈
된장차 2, 장미소 3, 니시차 2, 우주밥상(생식) 2
커피관장 2, 물관장 2
소금사탕 2
누룽지 조금..


누룽지를 조금 먹어버리고 말았다. 단식을 할 때 가장 힘든 건 무언가를 씹고 싶다는 열망을 다스리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3:3:9로 짧은 편이지만 정석 프로그램인 10:10:30을 할때면, 총 20일에 걸친 기간 동안 저작운동을 할만한 것을 먹지 않기 때문에 '껌이라도 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짧은 편이라고 스스로 말한 것이 무색하게.. 어제 너어무 힘들었다는 핑계로 엄마가 가져다 둔 누룽지를 조금 먹었다. 다행히 배가 아프고 그렇진 않다. 내일부터 다시 정신 차려야지!


어제의 폭풍을 잘 보내고, 그 여파로 괜히 이 동네 저 동네 부동산 매물을 훑어보다 보니 머리가 아팠다. 얼른 관장을 좀 하니 한결 나아졌다.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한참 업데이트 중이라 퇴사 전 마지막 프로젝트였던 리뉴얼 프로젝트를 업로드하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단식을 하면 확실히 집중력이 좋아진다. 음식물을 소화하는데 생각보다 아주 많은 에너지가 든다고 하지 않던가. 몸 안에 담겨있는 음식이 없으니 그 에너지가 오롯이 집중하고자 하는 곳으로 몰리게 된다. 지난주 같았으면 아마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았다 거실에 나갔다 하며 6시간은 붙잡고 있었을 일이, 시작하고 3시간 만에 마무리되었다. 일러스트와 포토샵을 동시에 돌리는 바람에 늦어져서 그렇지 아마 더 빨리도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했던 작업을 정리하는 과정은 사실 괴롭다. 분명 아직도 애정을 느끼고 있는 결과물들이지만 어찌 정리를 할라치면 '아 이 부분을 좀 더 이렇게 해볼걸', '000도 만들어 볼걸'하며 뭔가 더 했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간혹 그런 생각이 안 드는 작업물을 볼 때면, '근데 남들은 어떻게 볼까? 완전 구려 보이는 거 아냐?'라는 정말이지 인생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생각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세상에 나왔고 내 손을 떠났다. 나는 분명 그 순간에 그 누구보다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스킬이 부족했거나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메타인지가 부족한 것이다. 내가 당시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는 기억이 생생하다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2025년 확언문을 살펴봤다. 다섯 번째 항목에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솔직한 생활"이라고 써두었었다. 자신의 기준으로 차곡차곡 쌓은 단아한 자부심이 얼굴에서, 몸가짐에서 드러나는 사람. 작년의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나 보다.

몇 개월 동안이나 소식이 없던 몬스테라가 새잎을 열심히 틔워내는 중이다. 가장 굵은 잎대 품에 안겨있다가 뿅 하고 혼자서 조심스레 서가고 있다. 아직은 돌돌 말려 있는 빤딱빤딱한 이파리가 어느 날 뾰로롱 하고 펼쳐지겠지. 잘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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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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