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절식 1일 차

배가 덜 고파서 다행이었던 하루

by 민트슈슈
된장차 3, 장미소 2, 니시차 2
우주밥상(생식) 1, 연입밥 1/2, 비트, 마, 단호박
소금사탕 1
커피관장 1


드디어 조절식 1일 차. 예전 같았으면 조절 식 날만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 생각해 보니 이번엔 조절식이 그렇게까지 간절하진 않았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9일의 조절식 기간에는 점심에 한 끼, 적은 양의 현미밥과 찐 야채 위주의 보식을 한다. 첫 단식 때에는 엄마가 기겁할 정도로 이 보식을 많이 먹어서 (일명 코끼리 밥상) 이번에는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들었다. 조절식의 핵심은 '밥을 먹는다'가 아니라 깨끗이 비워진, 한껏 여려진 장기에 가공이 전혀 되지 않은 단순하고 자연적인 음식을 넣어 소화기간을 새롭게 단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간에 먹는 야채는 전자레인지로 익히는 것보다 찜기에 찌는 것을 지향하며 간 또한 별도로 하지 않고 단식 기간 내에 먹고 있는 된장차로 할 것을 추천한다. 된장차에 물을 조금만 넣고 섞으면 꾸덕한 된장이 된다. 이 것을 찐 야채에 소량씩 발라 먹거나, 밥에 비벼 먹으면서 보식을 하게 된다.


엄마가 걱정한 만큼 막상 밥을 먹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또 권장량 보다 많이 먹게 될까 봐 걱정이 들긴 했었다. 모처럼 시간이 나서 하는 단식인 만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6일 동안의 본단식과 조절 식을 지나오며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한동안 잊고 살았단 이 감각이 다시 느껴지자 조절식까지 완벽하게 해내어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했다.


어제 미리 쪄놓은 마, 비트, 단호박을 조금씩 꺼내었다. 적당히 적게 먹으려면 손질해 둔 야채를 대략 3-4일 동안 먹을 분량씩 덜어내면 될 것 같았다. 마치 다른 사람을 관찰하듯이 내가 이 분량에 만족을 하는지, 더 담고 싶어 하지는 않는지 한참 바라보았으나 오 놀랍게도 딱 1일 치만 덜고는 냉장고에 얼른 집어넣었다.


야채를 따뜻하게 데우고, 연잎밥을 해동했다. 밥이 데워지는 냄새는 정말 강력하다. 포근하고 보드라우며 달 착한 냄새. 절로 미소가 나오는 그 냄새를 딛고 연잎밥도 절반 분량만 덜어내었다. 이번에도 '과연 절반만 먹나요~'하고 중계하듯이 가만 지켜봤는데 또 해내었다. 연잎밥을 절반만 먹는 것은 5년간의 단식 라이프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이 밥으로 정말 충분할까? 1시간 뒤에 미친 듯이 뭔가 당기진 않을까? 걱정이 살짝 깔린 마음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먹는 밥은 달콤하고 달콤하다. 꼭꼭 씹어먹고 싶지만 자꾸 꿀떡 넘어가버린다. 쫄깃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밥에 짭조름한 된장을 함께 먹다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마를 함께 씹어본다. 미끄덩하면서 감자 같은 포슬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신기한 마. 오랜만에 먹는 비트도, 단호박도 모두 달콤하고 맛있다.


단식을 하고 난 후 신기한 점 중 하나는 후각과 미각이 엄청나게 예민해진다는 점이다. 주기적으로 단식을 한 이후부터는 간혹 작은 규모의 제과점에서 나는 오래된 우유 냄새에 민감해지고, 계란이나 고기의 신선도를 체크할 수 있을 정도로 비린내와 누린내에 민감해졌다.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고 했던가. 국적을 포기할 정도로 맵찔이가 되었으며, 무엇보다 각종 야채의 맛이 엄청 강하게 느껴진다. 버터리한 청경채, 양송이 못지않은 풍미가 가득한 새송이 버섯, 달달 볶으면 정말 고기 같기도 한 표고버섯 등 대충 한두 가지 단어로 묶어서 맛을 표현했던 야채들이 이렇게나 개성이 강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양 조절까지 완수한 이번 조절식. 내일도 모레도 9일 차 까지도 흔들림 없이 잘 해내보겠다.

KakaoTalk_20251022_001903381.jpg 조절식 1일 차 밥상. 니시차에 갠 된장차, 비트, 마, 단호박, 연잎밥 1/2.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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