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있는 남동생에게 썩 다정하고 좋은 누나는 못되지만서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여동생도 괜찮다. 나이 차이가 크든 적든 자매가 있다면, 평생 곁에 있을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이리라는 환상이 있다. 같이 떡볶이도 먹으러 다니고 친구들하고 문제가 생길 때 조언도 받고, 소문날 걱정 없이 회사 흉도 보고.
말랑콩떡이가 둘다 암컷이라는 걸 알았을 땐 걱정이 앞섰다. 중성화 수술할 때 또 얼마나 고생할까. 미리 마음이 아팠다. 역시 나는 걱정쟁이인 게 확실하다. 근데 어차피 몇 달 후의 일인데다, 성별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쩌겠는가.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자라는 걸 보는 건 처음이라 매일매일 둘의 '케미'를 관찰하며 흥미로워하고 있다.
콩떡이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말랑이가 따라 들어가곤 한다. 처음엔 둘이 영역다툼을 하는 건가 싶어 긴장하고 지켜봤다. 화장실은 두 개 이상 놔줘야 한다고 들었는데 얘네는 왜 한 군데서 난리죠? 물었더니 의사샘은 얘네는 형제니까 좀 다른 거라고 괜찮다 하셨다. 안심하고 나서도 항상 눈을 땡그랗게 뜨고 똥누고 오줌누는 아이들을 지켜봤다. 영역다툼보다는 친구랑 화장실에 같이 들어가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나도 친구 없이 화장실 못 가던 시절이 있었지. 한쪽에서 콩떡이가 볼일을 보면 다른 쪽에서 말랑이가 볼일을 보고, 볼일이 많을 땐 서로 위치를 교대해 가며 일을 치르기도 한다. 때로는 볼일이 없는데도 한쪽을 따라 화장실에 들어간다. 마치 볼일 볼 것처럼 흙도 판다. 그러곤 가만히 앉아서 뭔가 누는 척을 하고 같이 나온다. 그렇게 해서라도 화장실에 같이 들어가고 싶은 고양이들이라니! 으악. 너어어어어어어무 귀여워서 내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다 정말.
나래와 놀아주면서 쌓은 노하우 중 하나. 상자나 이불 밖으로 깃털 일부만 살짝 보이게 흔들거나, 형체가 드러나지 않고 뭔가 스윽 움직인다는 것만 보여주면 고양이가 환장하고 덤벼들곤 한다. 말랑콩떡이랑 놀아줄 때에도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둘이 같이 놀 때에도 그런 모습이 보여서 정말 신기했다! 거실에 고양이를 위한 수직 공간이 너무 없고, 캣타워에 올라갈 만한 점프력은 없을 듯해서 목욕탕 의자를 하나 뒀다. 거기 오르내리며 놀곤 하는데 어느날은 콩떡이가 의자 한가운데에 난 구멍 사이로 앞발을 살살살 흔드는 것이다. 그랬더니 말랑이가 아래로 들어가서 그 앞발을 잡으려고 하면서 둘이 한바탕 신나게 실랑이를 한다.
내가 신는 실내화에도 관심이 많다. 냥이들이 실내화를 뽁뽁 긁고 뜯는 소리에 아침에 깨곤 한다. 거기서 어떻게 노나 봤더니, 실내화 아랫판과 발등 사이 공간에 말랑이가 또 앞발을 샥샥 넣었다 뺐다 하고, 콩떡이가 그걸 잡으려고 씨름하고 있다. 그 모습이 또 귀여워 미치겠고,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자기들이 좋아하는 놀이 방법을 자연스럽게 찾아 놀고 있는 게 신기하다.
뭐든 같이 하려고 하는 우리집 아기냥이들. 한 마리가 방에 들어가면 너도 들어오라고 엥엥 운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보다가도 콩떡이가 우에엥 하면 말랑이가 따라나온다. 여전히 물도 꼭 머리를 나란히 맞대고 먹고, 잠도 둘이 꼬옥 뒤엉켜서 잔다. 분명히 둘이 두 뼘 이상 떨어져 자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면 엉덩이를 맞대고 있다. 이 둘이 각각 다른 집에 입양되었다면 어땠을지까. 상상만 해도 안타깝고 슬퍼진다.
어릴 때 나는 친구와 놀고 싶은데 끝까지 졸졸 따라다녀서 귀찮게 했던 동생은 지금은 카톡을 보내도 답장이 네 마디를 넘질 않는다. 그냥 가끔 수다를 떨면 재미있다. 말랑콩떡이도 언젠가 혼자 있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서로 떨어져 있고 간식도 각자 먹는 날이 오겠지. 그때에도 서로 놀면 재미있고 존재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관계일 수 있게, 내일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