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7.17 밤
1. 항암 1차가 끝나는 시기를 향해서
글을 쓰지 못하는 큰 이유는 지쳐서이다.
저녁 경구용 항암 치료제를 먹으면 골골대거나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다 잠이 든다.
피곤이 훨씬 더 심하게 몸을 급습한다.
나 자신을 세우는 싸움에서 거의 지고 있다.
하지만 잠은 가장 많이 자면서 지내고 있다.
에너지가 없다는 것에 관해 말하면 원래 그 정도 에너지 세팅에 맞추어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주변에서 그런다.
2. 저위전방절제술의 부작용과 항암제의 부작용
두 가지가 모두 힘들게 하는데,
하나는 주로 화장실 문제로,
하나는 기력과 민감하게 만드는 문제로,
여하튼 체계적인 일을 하려면 특별한 멘탈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또 스트레스가 되면 암 유발요인이니까....
편하게 마음 먹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현재 해야하는 일을 줄여야 한다.
아니면 일정을 훨씬 더 뒤로 미루어야 한다.
3. 사람 만나기
암에 걸린 후 여러 사람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만나자는 사람도 많았다.
항암 3주차에 약이 쉬는 주간에 보통 만난다고들 한다.
4. 운동과 체조하기
하루 만보 걷기 정도의 운동을 하다 수술 후 3개월이 지나면 운동 종류를 확대해도 된다고 한다.
매일 6천보에서 만보 정도의 걷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황톳길을 걷기도 했다.
체중은 지금 8~10kg 빠진 상태를 오르락 내리락 한다. 세끼와 간식을 먹고는 있다.
당뇨도 이번에 확인했다.
당뇨, 혈압, 전립선비대증약에다 항암제를 복용하고 있는 상태이다.
많은 약을 줄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5. 재발에 대한 불안
암 수술 후 2년내 재발이 많다고 한다.
항암 치료로 남은 암세포와 몸 속에서 돌아다니는 암세포를 죽이고자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안될 때,
암 수술 후 새로운 생활의 인간으로 거듭나지 못할 때,
몸이 허약해지고 면역력을 강화하지 못할 때,
재발한다고 한다.
영양을 포함한 식이 요법이 중요하고
운동이 중요하고
숙면을 포함한 안정과 휴식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5년내 재발이 없어야 완치라고 한단다.
그러고 나니 2023년 6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적어도 2년은 무언가 특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2년동안 암을 떨쳐버릴 수 있게 하는 강건한 생활을 기획해야한다.
6. 57세 내 삶을 받아들이기
나의 과대적 자아에 비하면, 초라하고 애매하고 어리석고 형편없는 57세 상태이다.
김종삼 시인의 물 한통 길어다 준 일밖에 없다는 부끄러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데, 그 틀을 마음 안에서 만든다는 것이 아직 쉽지 않다.
혼자 여행이라도 가서 시간을 충분히 들여 사유하고 싶다.
무엇을 해야한다는 버켓 리스트도 다시 써보고 정리하고 싶다.
7. 내 죽음에 대해 현실적으로 사유하기
죽은 뒤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내 가루가 있으면 될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될까?
내가 사라져 없어진 뒤의 일들에 대해 준비해야할 일들은 무엇일까?
기록을 없애기, 물려줄 변변한 재산은 없음,
유언, 영정 사진 등등
그리고 죽기 전에 정리하고
의식이 사라지기 전에 더 버리고 끝내고 포기해야하는 것들은 무엇?
8. 후회
제대로 된 후회를 더 정리해봐야겠다.
많은 것들을 후회한다.
내 어리석음에 대해 고통스럽다.
하나,
하나,
삶이 참 안타깝고 허무하다.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ㅎㅎㅎㅎㅎ
동네 작은 모임의 고리타분하고 낡은 꼰대 대장으로 죽게 생겼다.
세상과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일만 실컷 하다 죽고 마는 셈이다.
9. 내 길을 가다
그냥 잘 정리하고 내 길을 가다 죽어야 겠다.
정리를 잘 하기 위한 마음과 몸의 체력을 만드는 2년이 되어야하는데...
그것을 내가 실천에 옮길 수가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