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살리플라틴은 불이다
** 옥살리플라틴은 제가 맞는 항암주사제의 이름입니다. 전세계 대장암환자의 표준 레지멘에 들어가있는 항암제입니다.
옥살리는 불이다
암을 죽이기 위해 피속에 넣는 불이다
몸속에 열이 끓고
눈에서도 열이 뿜어진다
불이 온 몸을 도는 동안
나는 기운을 잃고
옥살리 불약이
내 몸의 암세포를 죽이는데
불편이 없도록
거동없이 누워있다.
옥살리 불약이
몸을 뜨겁게 달구어서
차가운 것을 잡을 수도 없고
차가운 것을 먹기도 힘들다
옥살리 불약이
건강한 세포는 잘 놔두고
부디 떠도는 숨겨진 암세포만 잘
골라 붙태우기를 빈다
옥살리 불약을 맞고 와서
누워 잠들었다.
난 늙은 암 환자에서
몸속에 불과 열을 가진
늙은 용 한마리가 된다
전설이었던 이 늙은 용은
자신의 몸안 불로 인해 신음한다
속까지 다 타들어간다
다 타더니,
타들어간 옛 몸을 버리고
새 몸을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꿈에서 깨어났다
옥살리 불약이 내 몸을 새롭게 해주었으면 한다.
며칠간은 속에 불이 나서
오심과 복통, 손발의 통증, 관절통,
그리고 무기력에 지내겠지만
옥살리 불약이 암세포를 다 불태워서
그래서 새로 태어나면서
강철같은 용, 아니 인간이 된다면
이 며칠의 통증은 견뎌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