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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Mar 31. 2019

미움보다 사랑이 커야 애도가 일어난다

20190331 후회의 해부학 2  

사랑보다 미움이 크다면 애도가 일어나지 않는다  - 캐벌러 애들러


상실했을 때 발생하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상실은 분노도 일으키고 공격성도 일어난다. 상실과 함께 일어나는 것은 이밖에도 많다. 원망부터 시작해서, 한 두가지가 아니다 .

그러므로 상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하는 것은 아주 전인격적인 문제이다. 상실을 처리하는 것으로서의 애도는 그런 점에서 발달적 과정에서 아주 중대한 과정이다.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그것을 어떤 심리적 공정으로 밟아나갔는가를 처리하는 과정에 '후회의'의 위치도 있고 '후회과정'도 있다.


예전에 누군가를 용서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분노가 마음의 길을 가로막아서 용서로의 걸음을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결국 발달적 애도의 과정을 갖지 못했으므로 현재 그 분야는 여전히 과거에 놓여있고 처리되지 않은 채로 있다. 적대적 공격감과 함께 분노가 힘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야 그 장벽이 무너지면서 애도가 진행될 수 있다.


마음의 길은 뇌의 복잡함과 같다. 패턴화하고 범주화하고 알고리듬을 만들지만, 개인들이 각 자의 내면세계에서 감정을 다루어나가는 방식은 정말 idiosyncratic 하다. 그 독특함으로 인해 파악이 어렵지만, 그 길을 나아가는 비슷한 법칙은 조금씩 알아나갈 수 있다. 상실에 대한 마음의 길이 여러 갈래에서 자신의 경험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서 새로운 상태에 도달하면 그야말로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노와 증오로 인해 애도를 하지 못하면 그 애도는 진행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게 된다. 부도난 건축물처럼.

캐벌러 애들러는 자신의 35년 경험 속에서 결국 애도가 일어나려면 미움의 자리에 사랑이 들어서는 순간이 와야한다고 했다.


‘차라리 애도를 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그냥 죽어버려야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보아왔지만 그것은 그 사람과 헤어지지 못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놓아야한다는 쉬운 말이 작동되지 않는 마음의 복잡한 꼬임, 그 실타래를 푸는 일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그 분노와 적대적 공격성의 마음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서 애도하지 못한 사람들이 겪는 여러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알고 나서야 조금씩 나아질 수 있긴 하지만 모르고 죽을 수도 있다.

삶의 불행은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깊은 마음 속의 증오와 경멸, 그 뿌리를 찾아내야 한다. 그 뿌리가 뽑혀야 새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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