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
어릴 적 우리 아버지는 월급날이면 통닭집에 전화를 걸었다.
"예, 여기 00동 00 호데요, 후라이드 통닭 한 마리 가져다 줘요."
아버지의 통닭이라는 말에 나와 내 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이 나서 들썩들썩 춤을 추곤 했다.
아버지의 사랑은 늘 통닭이었다. 동생이 아파도 내가 아파도 통닭을 시켜줬고, 주말에 재래시장에 가서도 통닭을 사줬다.
마흔이 다 돼가는 나이에도 아버지 집에 가면 아버지는 통닭을 시켜주신다. 그리고 같이 통닭을 먹기 시작해도 한 개 많으면 두 개 이상을 먹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아버지는 늘 그래 왔다. 자식들이 하나라도 더 먹을 수 있게 하는 그만의 배려였다. 늘 무엇을 먹어도 다른 가족들이 맛있어하는 음식엔 손을 대지 않는다. 가족들이 안 먹는 묵은지, 수북이 쌓긴 마른 김에만 젓가락질을 하신다.
"아버지는 왜 그래? 맨날 자기는 안 먹고 우리만 줘."
"옛날 사람이라 그래."
엄마가 말한다.
"엄마는 참지 말고 먹어. 아버지처럼 양보하지 마!"
괜히 화가 난다.
어린 시절엔 늘 양보해준 아버지가 좋았는데, 커서는 자식이 다 커도 양보하는 아버지가 너무 싫다.
'나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자식이라도 양보하지 말아야지.'
하는데,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닮아간다. 내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안달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