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발리우드의 도시, 인도를 대표하는 문화 예술의 도시, 살면서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도시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인도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명 높은 교통 체증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불편한 행각들에 대한 우려 때문에 늘 망설여지는 여행지였다. 그러다 뭄바이를 가야겠다 마음 먹은 건 지난 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타지호텔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체인) 에서 열린 연말 파티에서 만난 호텔 관계자 분의 아주 긍정적인 피드백 때문이었다.
여행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분이 뭄바이 여행을 아주 강력 추천했다. 나는 가보고는 싶은데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좀 망설여진다고 했더니 본인 핸드폰의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거 봐. 내가 주말에 가서 찍은 건데 길가에 차도 사람들도 많이 없지? 오히려 도시는 공휴일이나 휴일에 가면 교통난이 심하지 않아” 라며 안심을 시켜주며 바로 그녀는 뭄바이의 홍보대사라도 되는 듯 그곳의 역사적인 관광지와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건축물들의 사진들을 연달아 보여주었다.
사진 속 건물들은 딱 봐도 최소 백 년은 되어 보이고 유럽 양식들이 많았는데 그렇다고 유럽 같진 않고 내가 아는 인도 같지 않은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나와 남편은 그 분이 보여준 사진들을 보며 연신 와우만 외치고 있었는데 그 중 내 마음에 확 와 닿은 건 아라비아 해를 마주보고 있는 인디아웨이 오브 게이트와 바로 그 옆에 있는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이었다.
작년 초에 디올의 2023 프리폴 컬렉션이 이 게이트에서 열리는 걸 유튜브로 본 적이 있는데 배경이며, 인도풍의 음악, 의상들의 조화가 정말 아름답고 이국적이어서 뇌리에 박혔었다. 근데 그 장소들을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니 나 또한 직접 가서 느껴보고 싶다는 여행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우리가 너무 사진에만 몰두했는지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거두고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뭄바이는 역사적인 건축물뿐만 아니라 인도를 대표하는 예술의 도시인만큼 로컬 아티스트들의 현재 작품을 볼 수 있는 수 많은 갤러리가 있다며 예술을 사랑한다면 꼭 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또 내가 가줘야 하잖아…?)
게다가 이 분이 내가 해산물 킬러인 거 어떻게 알았는지 뭄바이는 바다 옆에 있는 도시라 해산물 요리들이 아주 훌륭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완전 내륙이라 우리나라에서 먹던 것처럼 싱싱한 해산물 먹을 기회가 흔하진 않아 너무 그리웠는데 해산물 고픈 나에겐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이 분이 홍보대사 뺨치는 실력으로 뭄바이 여행을 열정적으로 어필해주신 덕에 내 귀는 이미 덤보처럼 거대하게 팔랑거렸다. 다음날 아침 스카이스캐너로 검색해 보고 내가 사는 지역에서 뭄바이까지 한 시간 반밖에 안 걸린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남편에게 달려갔다.
“남편!! 우리 뭄바이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