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Jul 17. 2024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과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120년 된 뭄바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그리고 인도의 관문 인디아 게이트

햇빛이 쨍한 오후 뭄바이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호텔 체크인을 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뭄바이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북쪽에서는 모던한 고층 건물들이 꽤 보였는데 남쪽으로 이동할수록 오래된 유럽식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오른쪽 창문으로 뜨거운 햇살을 맞아 반짝거리는 아라비안 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도에서는 내가 사는 도시를 포함해 5개의 도시를 다녀봤는데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같은 나라인데 어쩜 이렇게나 도시의 풍경들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30분 정도를 이동하니 창문 밖으로 붉은 돔형 지붕들과 회색빛 벽돌들로 정교하게 지어진 타지 호텔과 뭄바이 게이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반대쪽 인도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 관광객들, 상인들이 여유롭게 거닐고 있다. 공휴일이라 그런지 차들이 대기가 몇 대 있어서 우리 택시는 천천히 호텔 입구로 진입했다. 로비에 도착한 뒤 택시를 예약한 앱으로 팁을 좀 보태 결제를 하고 내렸다. 짐을 맡기고 로비로 오니 초들 들고 있는 직원이 환영 의식으로 목걸이를 걸어주고 이마 중간에 빨간 빈디를 찍어준다.


체크인하러 이동하는데 복도 중간에 그동안 다녀갔던 명사들 존 레넌, 빌 클린턴, 윌리엄 왕세자 부부 등의 사진들이 명예의 전당처럼 붙어 있다. 혹시나 하고 찾아봤는데 한국인의 얼굴은 없길래 혹시 BTS 오면 붙여주려나 잠시 생각해 봤다.


배정받은 룸으로 직원과 함께 이동하는데 올해로 이 호텔이 120주년이 되었다며 호텔의 역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듣고 궁금해서 온라인으로도 역사를 찾아봤는데 이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은 인도의 국민기업 타타의 창립자가 1903년에 지은 인도 최초의 럭셔리 호텔이자 타지 호텔 체인의 첫 번째 라고 한다. 당시 인도는 영국 통치 시기였고 뭄바이 최고의 호텔은 영국인들이 지은 왓슨스 호텔이었는데 인도인들의 출입을 금했었다고 한다. 타타의 창립자 또한 거절당해서 본인이 더 뛰어난 호텔을 지었다는 설이 있는데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뭄바이 최고의 호텔로 명성이 나있는데 이런 오래된 호텔에서 묵는다는 게 흔하지는 않은 일이라 의미가 있었다. 왠지 이 역사의 흐름에 잠시 탑승한 기분이랄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1910년에 완공되었다는 석조전에서 호텔 숙박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인도에서는 실제로 왕이나 귀족들이 기거하던 팰리스들을 보수 및 리모델링 해서 5성급 호텔로 사용하는 경우들이 꽤 있는데 화려함과 수준 높은 서비스는 물론이고 역사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을 오롯이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호텔이 더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옆에 있는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이 인도를 통치하면서 영국 국왕=인도 황제가 단 한 번도 직접 인도에 온 적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영국 국왕 조지 5세 내외가 1911년에 인도를 방문했다고 한다. 이걸 기념하기 위해 타지 호텔 옆에 이 게이트를 건축하기 시작했고 1924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는데 이 상징적인 게이트는 이제 뭄바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그래서 이 게이트 근처는 사진을 찍기 위한 관광객들로 늘 문전성시이고 해안가도 크루즈, 요트, 나룻배 등 온갖 종류의 배들이 한가득 떠다닌다.


아침마다 조식을 먹기 위해 바다가 보이는 씨라운지로 향했는데 창가석에 앉으면 이 뷰가 또 장관이다. 바다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태양이 작열해 게이트와 바다 위 떠있는 배들, 도보를 걷는 사람들까지 보이는 모든 것들을 다 역광으로 만드는데 개인적으로 야경보다 이 여유로운 풍경이 훨씬 더 임팩트가 있었다. 비록 나의 오른쪽 볼과 눈은 뜨거운 자외선에게 내어줘야 했지만…

이전 01화 인도 사는 여자의 뭄바이 여행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