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귀여운 DIY 과자
인도에서 길을 걷다 보면 탁구공만한 과자들을 푸짐하게 쌓아놓고 파는 수레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인도 사람들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파니 푸리’라는 간식이다.
‘파니(Pani)’는 힌디로 물이라는 뜻이고 ‘푸리(Puri)’는 인도 전통 음식으로 통밀가루 반죽을 딥 프라이 해서 튀긴 속이 빈 빵을 의미한다. 파니 푸리는 공 모양의 튀긴 과자의 윗부분만 구멍을 만들어서 그 속에 양념된 찐 감자, 생양파 찹을 넣고 그 위로 고수, 민트, 고추, 레몬 등을 물과 함께 갈아서 만든 향신료 소스를 바로 부어서 먹는 즉석 간식이다.
처음 맛볼 땐 ‘엥? 이게 무슨 조합이지?’ 싶었는데 두 번 먹으니 ‘아~ 이 맛에 먹는 구나!’싶었고 이다음엔 파니 푸리 카트 앞에 자연스럽게 줄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파니 푸리는 생각해 보면 인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감, 맛들이 다 섞여 있는 요리 같다. 바삭함과 부드러움, 고소 짭짤, 시큼매큼의 조합인데 흠…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할 맛인 것 같다. 다만 고수덕후들에 한해서!
사실 이 간식의 첫인상은 ‘쏘쏘’였다. 일단 이 간식은 하나 먹는데 손이 많이 가는 DIY 스타일이다. 파는 곳에 따라 다 만들어서 주는 곳도 간혹 있지만 보통은 취향에 맞춰 먹을 수 있도록 위에서 언급한 각 재료들을 다 따로 담아준다. 그러면 스스로 과자에 적당한 사이즈로 촙촙 구멍을 뚫고 속 재료들을 반 정도 채워 넣은 뒤 소스를 부어야 하는데, 과자 다섯 개를 눅눅하지 않게 먹으려면 이 일련의 과정을 다섯 번을 거쳐야 한다. 이게 영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한 번은 호기심에 먹어도 두 번은 안 먹겠다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굳이 바삭한 과자에 왜 물 같은 소스를 그 위에 부어먹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이 공 모양 과자는 아주 얇고 바삭해서 거의 감자칩 같은 질감인데 여기에 소스를 붓기 시작하면 금방 이 표면을 뚫고 바닥에 소스들이 줄줄 새기 시작한다. 소스가 새기 시작하면 허겁지겁 입으로 직행 시켜야 하는데 먹는 모습이 뭔가 깔끔해 보이진 않았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소개팅 비추 음식이 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 모든 번거로운 과정과 불편함은 잠시였을 뿐! 요령이 좀 생기니 재미난 경험으로 바뀌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난 초반엔 파니 푸리를 정갈한 카페 같은 데서만 먹어봐서 찐 길거리표가 궁금했었다. (마치 한 개에 삼천 원하는 카페 표 고급 붕어빵만 먹어보고 붕어빵 맛을 아는 사람인 척하는 느낌이라서) 그러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파니 푸리 카트가 들어와 드디어 먹어볼 기회가 생겼다. 메뉴를 보니 파니 푸리 외에도 마살라 푸리, 치즈 푸리, 어니언 푸리, 스위트 푸리가 있었다. 가격도 카페에서 먹을 때보다 굉장히 저렴해서 쓰여있는 가격이 과자 한 개당 가격인 줄 알고 여기 있는 메뉴 하나씩 다 달라고 주문했다. 파는 사람이 메뉴를 재확인하는 질문을 다시 하고 우리를 좀 이상하게 쳐다보긴 했지만 개의치 않고 맞다고 대답했다.
카트 주인은 주변으로 몰려 있던 사람들에게 바쁘게 그들이 주문한 푸리들을 한 개씩 만들어 나누어 주었고 우리도 차례가 되어 남편이랑 나도 파니 푸리를 하나씩 받았다. 받자마자 냉큼 입으로 집어넣고 맛을 보니 ”카페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맛있는데?“라며 감탄했다. “우리 이거 다음엔 마살라 푸리 달라고 하자”해서 말했더니 그 주인은 우리를 더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왜 그러지?” 싶었지만 별말 없이 소스 없이 양념 감자만 들어있은 마살라 푸리를 하나씩 주길래 받아먹었다. 냉큼 먹고 바로 다음에 어니언 푸리를 주문했더니 그 주인은 문제가 있다는 표정으로 옆에 있던 인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듯 힌디로 뭔가를 얘기했다.
우리 옆에서 같이 서있던 중년의 인도 부부가 우리에게 뭘 주문했는지 몇 개를 먹었는지 물었다. 그리고 뭐가 잘못됐는지 이해한 듯 웃으며 설명을 해주었다. ”여기 메뉴를 하나 시키면 보통 다섯 개에서 여섯 개 정도의 과자가 나오고 저 주인이 한 개씩 만들어서 너에게 서브를 하는 거야. 근데 네가 여러 종류의 메뉴를 한 개씩만 달라고 해서 저 사람이 혼란스러워 한 것 같아.“라고 얘기해 주었고 그제야 우리는 이상한 눈빛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메뉴 옆에 작게라도 5피스라고 써놨으면 이런 혼돈이 없었겠지만 인도에선 당연한 거였기 때문에 이방인인 우리만 혼돈스러웠던 것이다.
어쨌든 진상 짓을 한 것 같아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얼마를 내는 게 맞냐고 물어봤더니 대여섯 개 정도 먹었으면 그냥 메뉴 하나 가격만 내라고 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카트 주인에게 친절한 중년의 부부는 우리 대신 설명을 해주었고 우리는 메뉴들 중 가장 높은 가격(그래봐야 팔백 원 정도 밖에 안되는 가격이지만)을 지불했다.
이 때 이후로 우리는 그들의 암묵적인 룰을 알게 되어 현지인처럼 자연스럽게 주문하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썰을 풀어보며 오늘 파니 푸리 편은 끝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