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뉴질랜드 오클랜드
사촌 동생의 안내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조용한 바닷가가 보고 싶다고 하니 데려다준 오클랜드 서쪽에 있는 "무르와이 비치(Muriwai Beach)"입니다. 시애틀에 있을 때 매일 바다를 보며 살았기 때문에 질릴 법도 하지만, 오클랜드가 시애틀과 너무 닮아서 제가 머물렀던 "리치몬드 비치(Richmond Beach)" 같은 곳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무르와이 비치"는 제가 너무도 좋아하는 한적한 바다의 끝판왕이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검은 모래 해변이 이곳을 더 적막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는데, 물론 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나와 서핑 등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어쨌든 제가 방문했던 시기는 봄이라서 파도 소리만 크게 들리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해변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담고 했을 텐데, 당시에는 그냥 멀리서 조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산을 더 좋아하게 되기는 했지만, 바다는 언제 봐도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곳입니다.
"무르와이 비치"가 유명한 건 "가넷"이라는 노랑머리 갈매기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얘네들은 뉴질랜드와 호주를 오가며 사는 철새인데, 봄부터 여름까지는 뉴질랜드, 겨울은 호주에서 보냅니다. 실제로 해변에 있는 바위란 바위들은 전부 얘네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너무 많으니까 좀 무섭더군요.
가만히 서서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치 시애틀에 있을 때 "리치몬드 비치"에서 멍 때리며 적막함을 즐기던 때가 그리워졌습니다. 워낙 반사회적인 성격이라 혼자 있는 것이 가장 편해서 나름 즐기는 법을 터득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즘도 문득문득 적막함을 느끼고 싶어서 밤늦게 산책을 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사진을 꺼내어 봤는데도 당시의 파도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습니다. 오클랜드 "무르와이 비치"는 시애틀 쇼어라인의 "리치몬드 비치"와 함께 제가 가장 그리워하는 곳인데, 사촌 동생이 살고 있을 동안 한 번 더 다녀오고 싶습니다. 물론 삶은 언제나 내 뜻과는 반대로 흘러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