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뉴질랜드 오클랜드
사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서쪽 해안에서 "무르와이 비치(Muriwari Beach)"보다 더 유명한 해변은 아마 "피하 비치(Piha Beach)"일 겁니다. 요즘 젊은 분들은 모를 수도 있는 "피아노(The Piano, 1993)"라는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인데, 넓은 검은 모래 해변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꼭 보고 싶었습니다.
당시도 영화가 나오고 11년이 지났던 시점이라 장면들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실제로 보니 뭔가 분위기만큼은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날씨가 좀 흐렸으면 더 똑같았을 것 같습니다. 단, 똑딱이 카메라의 화각으로 인해 원하는 만큼 넓게 담을 수 없었던 건 지금까지도 무척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영화 "피아노" 포스터에 나오는 모습인데,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여배우 "홀리 헌터"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67세인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도 출연을 했고, 픽사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에서는 부인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이날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햇빛은 엄청 좋아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보던 아무도 없는 우울하고 우중충한 해변의 모습은 담기가 어려웠는데, 나중에 흐린 날 다시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결국 못 보고 돌아왔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같았으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변에 그랜드 피아노 한 대 갖다 놓고 포토존으로 만들어서 열심히 홍보하고 주변에 많은 카페와 가게들이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 싶지만, 뉴질랜드는 그런 거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라. 오로지 자연보호와 동물 보호에만 진심인 진정한 청정 국가입니다.
실제로 해변 뒤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택들만 있을 뿐 상업적인 시설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요즘에는 어떤가 싶어 사촌 동생한테 물어보니 하나도 안 변했다고... 오히려 코로나 이후 더 폐쇄적이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 "피아노"에 나오는 어둡고 음침한 풍경을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강한 파도와 함께 해변을 산책하고 있는 나이 든 부부의 모습이 꽤나 아름답게 보여서 마지막으로 잽싸게 담고 빠져나왔습니다. 다시 봐도 그랜드 피아노 한 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