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뉴질랜드 로토루아
"가버먼트 가든(Government Garden)"에서 나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 들른 곳은 로토루아에 있는 "아그로돔(Agrodome)"입니다. 일명 "양쇼"를 하는 작은 동물원인데,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명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양쇼"를 하는 곳이라는 얘기를 듣고 막연하게 조련사의 명령에 따라 뛰고, 멈추고, 점프하고 뭐 그런 서커스스러운 형식이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막상 도착을 하니 그렇게 크지 않은 건물로 들어가야 해서 도대체 뭘 보여주려는 건가 궁금했습니다.
거기다가 실내를 보니 무대도 그리 넓어 보이지 않아서 내가 생각했던 그런 서커스스러운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쪽에 앉아야 그나마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데, 이미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점령을 해서 중간쯤 자리를 잡았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근데 양쪽 벽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아 보니 양들이 출연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살아 있는 양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라 엄청 조심스러웠는데, 한 녀석이 얼굴을 들이밀면서 부비부비를 해서 긴장이 풀렸습니다. 근데 오른쪽 사진에 있는 녀석은 뿔을 살짝 만지니 갑자기 성질을 부려서 다시 긴장을 해야 했습니다. 아마 뿔이 자존심이었나 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양쇼"를 시작하는데, 위에서 본 벽에 서 있던 양들이 무대로 나가서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각각 해당하는 이름 위에 섰습니다. 아마 종류를 구분을 하는 것 같았는데, 다 비슷한 것 같아도 조금씩 생김새나 특징이 다른 모양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여러 설명을 들으면서 양들의 재롱잔치를 관람했습니다.
그리고 "양쇼"의 메인이벤트, 바로 털 깎기~!!! 주기적으로 털을 깎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는 한데, 이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몇 초만에 뚝딱하니 쇼처럼 보이기는 하더군요. 근데 당하는 양 입장에서는 공개적으로 옷이 벗겨지는 느낌이라 이것도 일종의 동물 학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어쨌든 이렇게 바로 깎은 털을 관람객들이 만져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쇼는 소 우유 짜기~ 이건 신청자를 받아서 관람객 중 몇 명이 무대로 나가 직접 우유를 짜는 것이었는데, 하필 이때 소가 똥을 싸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분이 끝나고 다음 사람이 짜려는 순간 똥(그것도 설사처럼 보였음) 테러를 당했다는... 조련사 아저씨도 순간 당황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양쇼" 관람을 마치고 밖에 나와서 여러 동물들을 구경했는데, 당나귀 한 마리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어서 담았습니다. 아마 영화 "슈렉" 때문에 당나귀가 무척 친근하게 느껴지던 시기였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에디 머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풀을 뜯고 있었던 작은 말 한 마리. 찰랑이는 갈기가 너무 멋있게 보여서 가까이 오면 찍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똑딱이 카메라 줌으로 당겼더니 화질이 살짝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멋진 머릿결로 아그로돔에서의 마지막을 잘 장식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