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서술의 문제 - 나무는 소리를 내었을까
1. 정체성의 정치
역사가 누구의 눈으로 서술되는지는 정말 중요합니다. 개개인의 경험과 사고체계에 의해 각자가 사는 세상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띄기 때문입니다. 사회, 경제, 성별, 성 정체성, 정치, 계급, 나이, 인종 등의 여러 가지 요인들이 각자가 인식하고 경험하는 세상의 모습의 차이를 만듭니다.
2. 거꾸로 쓰는 역사
우리는 흔히 역사를 과거에서 시작하여 현재로 거슬러 오는 순서로 접하지요. 하지만 막상 역사 쓰기란 현재에서 출발하여 과거를 되짚어가는 형태를 띱니다. 인과관계나 일관성 없이 어지러이 존재하는 과거의 흔적들을 현재의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모아서 연속성을 부여하는 것이 역사 서술입니다.
3. 고전(canon)의 의미
역사와 고전은 함께 가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고전은 종종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점들을 가리키지요. 그렇다면 고전은 고리타분한 것일까요 아니면 혁신적일 것일까요? ‘고전’하면 따라오는 이미지는 주로 보수성이나 엄격성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전들이 당시의 가장 큰 혁신을 담았다는 점이 그러한 이분법적 개념을 거부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장 이질적인 것들을 모아서 그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학문의 트렌드는 넓은 의미에서의 퀴어(queer)적 역사 쓰기가 환영받는 분위기입니다. 퀴어란, 쉽게 말해 비남성적, 비가부장적, 비이성적 시선 등 비기득권적 세계관을 구축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