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아내 덕분에 건진 하루

by Arche

셋째를 임신한 아내가 만삭이 되자, 생전 처음으로 만삭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들뜬 아내의 모습에 결국 허락했다. 그런데 막상 사진을 찍으러 가는 날, 나는 괜한 짜증을 부렸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며 서운해했다.


며칠 전, 사과를 먹다 목에 걸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편마비로 몸이 불편한 아저씨가 계셨는데, 다행히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병원으로 이송을 준비하다 침대 옆을 보았는데, 순간 아저씨의 가족사진이 눈에 띄었다. 사진 속 아저씨는 건강한 모습으로 아내와 아이들 곁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저씨는 대기업에 다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 했다. 그러다 어떤 사고 이후 편마비가 왔고, 사진 속 건강한 모습이 마지막이 되었다고 했다.


그 순간, 만삭 사진을 찍으러 가던 날 아내에게 짜증 냈던 일이 떠올랐다. 단지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남기기 위한 일이었는데, 그게 뭐라고 나는 투정을 부렸을까. 완성된 사진을 받아든 아내는 화질이 좋지 않은 샘플 영상까지 SNS에 올리며 기뻐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날의 소중함을 아내 덕분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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