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소리 남겨지는 걱정
구급차의 육중한 엔진 소리가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를 때면, 동네 어귀 작은 주유소의 노란 불빛이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온다. 밤새 경광등을 번쩍이며 아스팔트 위를 달린 뒤, 허기진 배를 채우듯 주유기 앞에 차를 세우면 어김없이 사장님이 걱정된 얼굴로 나오신다.
"아이고, 오늘 밤에도 쉴 새 없이 돌아다니셨구만"
사장님은 주유구를 열며 짐짓 가벼운 말투로 인사를 건네지만, 눈가에는 숨길 수 없는 근심이 서려 있다. 그분의 걱정은 단순히 기계의 노후나 기름값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 작은 고향 마을에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잦다는 건, 누군가의 평온했던 밤이 깨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유기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동안, 사장님은 먼 산 너머를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덧붙이신다.
"인구도 자꾸 줄어드는데, 밤새 그렇게 돌아다니면 마음이 안 좋아. 혹시나 누가 또 아픈 건 아닌지, 아니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건 아닌지 싶어서 말이야."
그 투박한 걱정 안에는 고향을 지키는 청년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한 집 건너 누가 사는지, 누구네 집 어르신이 기침이 심한지 훤히 아는 이 좁은 마을에서, 구급차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생존의 신호다. 사장님에게 우리 차의 주행거리가 길어진다는 것은, 당신이 아끼는 이웃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같다.
나는 묵묵히 사장님의 낡은 목장갑을 바라보다가, 짧은 대답 대신 가벼운 목례를 건넨다. 우리가 밤새 잠을 쫓으며 달린 이유는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함이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더 이 고향의 아침을 맞이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장님은 알고 계실 터였다.
주유가 끝나고 "수고하세요"라는 짧은 배웅을 뒤로하며 다시 운전석에 앉는다. 미러 속으로 점점 멀어지는 주유소의 불빛은 마치 이 마을을 지키는 등대처럼 보인다. 사장님의 걱정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도록, 오늘 밤은 사이렌 소리 대신 평온한 정적만이 마을을 감싸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