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내 복을 뺏어가지마!

by Arche

화재가 났다

건물 한동이 활활타오르고 주변은 아수라장이다


관창을잡고 용암같은 불길을향해 한걸음 또 한걸음 다가갔다

내몸이 녹아 없어질만큼 한계에 다다랐을때 나를 삼켜버릴것만 같았던 화마는 씩씩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내몸은 물인지 땀이지 모를 습기에 축축하게 젖어 한걸음씩 내 딛을 뿐이었다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뿌연 연기와 수증기에 앞이 보이지 않았을때

나는 멈춰섰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눈을 떳을땐 여명이 피어올랐지만 마치 불이났을때의 소방관처럼

나는 다시 이불속으로 다시 파고들었다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더듬더듬 거리며 머리맡에 놓아둔 핸드폰을 집어들고

뿌연시야가 돌아오기도 전에 녹색창에 자판을 두들겼다


"불이나는 꿈"


불이나서 활활 타오르는 꿈은 재산이 늘고 횡재하는 꿈이라고 한다

순간 눈이 번쩍 뜨이고 로또를 사야하나 자세를 고쳐앉은 찰나

"아차 불을 꺼버렸지 내가.."


..


꿈속에서 멍청하게 돌진하며 불을 꺼버린 내가 잠시 원망스러웠다

어떻게 보면 이번 인생을 고쳐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기회를 시원하게 날려버렸으니 말이다


그래도 꿈속에서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


사람사는 일, 한낮 꿈때문에 인생사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비록 꿈속에서라도 의미있는 일을 했다면 그게 횡재고 로또 아니겠는가


불을끄는 진압대원은 아니지만 구급대원인 나는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관여해서 누군가가 내덕에

새로운 삶을 살게 됐을때 너무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


보잘것 없는 나지만, 꿈속이 아닌 현실에서

누군가에게 로또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도 다음 꿈속에서는 불구경해야지

작가의 이전글닦고 갈아입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