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최전선에서 ep.4

이문을 열면

by Arche


"매형이 연락이 되지 않아요"

"며칠새 누나와 안좋은 일이 있어서 힘들어 했는데.."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채 어둠이 찾아온 새벽 신변확인 구조출동 지령을 받고 구급차에 올랐다

구조대와 경찰과 함께 출동한 사고현장에는 기분나쁘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때 신고자(처남)가 여러차례 문을 강하게 두드렸지만

방안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했다


버릇처럼 요구조자가 사는 원룸 문앞에 코를 갖다댔다

"...."

특별한 냄새나 향을 느낄 수 없었다

반쯤 안도하고 안으로 진입할 방안을 모색했다


4층짜리 원룸에서 요구조자의 위치는 2층

처음에는 문을따로 들어가려 했으나 베란다 문이 열려있는것을 확인하고

복식사다리를 통해 진입하기로 작전을 세운 후 분주히 움직였다


구조대원이 사다리를 타는순간

우리는 문앞에서 심장충격기를 둘러매고 방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쿵쿵..

문이 열리는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제발 아무일 없길 빌었다


철컥!


다급하게 구급대원을 찾는 구조대원의 목소리를 듣자 생각할 겨를이 없어졌다

경찰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갔을때 요구조자는 소파에 누워있었는데

의식을 확인하는 순간 그가 벌떡 일어섰다


"무슨일이고?, 누구시요?!"


다행이 요구조자는 귀가 잘 들리는 않는 고령의 남성이었는데

낮부터 일을하느라 피곤했는지 일찍 잠을 청했다고 했다


가볍게 안전조치를 취하고 밖으로 돌아설때

허탈함과 안도감이 들었다


아무일도 없어서 다행이다


..


문개방출동은 흔한 출동이지만 매번 별일 없이 돌아오는 출동 중 하나인데

가끔씩 문을 열때면 생각지도 못했던 광경이 펼쳐지는 경우가 있는지라

구급대원이라면 누구나 PTSD를 가지고 있다


막상 마주하면 그래도 견딜만한데 문열기전까지의

두려움이 발걸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


대부분 안좋게 발견되는 분들은 오랫동안 연락되지 않았거나 혼자사시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보통 가족이나 지인들이 아닌 주변인들이 "냄새"로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냄새를 맡아본적 있는가

그 냄새는 잊혀지지 않는다


혼자사시는 분들이야 정말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지만

멀리 살고있는 가족이 있다면 또 연락조차 뜸하다면

한번씩 전화로 안부라도 물어보자


할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목소리를 듣는것 만으로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안좋은 일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삶도 참 중요하겠지만 한번씩 마음의 여유가 있을때

주변 사람에게도 관심을 조금 갖고 살아보면 어떨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데

사랑한다면 소식좀 주고받고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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