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문밖으로 나갔어요"
"아이가 문밖으로 나갔어요"
새벽 3시쯤 눈꺼풀 장사와 씨름하며 밤잠을 이겨내고 있던 즈음 반쯤 차분한 목소리로 중년 남성의 음성이 센터에 올려 퍼졌다. 그리고 뒤이어 출동벨이 울렸다. "구조출동, 구조출동" "아이가 문밖에 나가서 들어오지 않는다는 신고입니다, 현장확인 바랍니다"
"별거 있겠어?" 아차 긴장을 놓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건데..
멍한 정신을 부여잡고 소방서 근처에 있는 작은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주차할 공간조차 부족한 빽빽한 단지 틈새로 힘들게 구급차를 주차하고 신고자에게 현재상황을 묻기 위해 통화버튼을 눌리던 중 우연히 바라본 하늘 위로 비친 광경에 내 몸은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멀리 아파트 15층 정도 되어 보이는 난간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중년 여성이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추락을 말리려는 노파의 손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고 있었다.
난간에 매달린 채.
미처 원인도 파악하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안전조치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에.. 에어매트 가져와!"
당장 아래의 주차된 차부터 정리가 필요했다. 앞유리 안쪽으로 희미하게 적힌 번화 번호를 필사적으로 확인하고 차주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늦은 밤이라 쉽지 않았다. 마침내 길었던 통화음이 끊기고 잠이 덜 깬 차주의 귀찮은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예 현장활동 중인 119입니다"
"긴급상황이라 얼른 차를 좀 옮겨주셔야 할 것 같.."
"씨발"
순간 우리 모두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대원들은 시간이 멈춘 듯 숨조차 쉬지 못했다.
둔탁한 소리가 그의 옆에서 짧고 강하게 울렸다.
몇 초 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A.. AED!"
적정을 깬 구급대원의 한마디에 다시 멈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맥박, 호흡, 없습니다. CPR시행하며 병원이송 하겠습니다"
정신없이 처치를 마치고 처음 마주한 여인의 얼굴은 말이 없었다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그 무섭고 험한 외로운 길을 선택했을까..?
병원에 도착하고 환자를 의료진에게 인계한 뒤 우리는 평소처럼 구급차로 돌아왔다
널브러진 잔해와 피투성이 구급차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듯했다
피 묻은 장비를 정리하는 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