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선물
"농약을 먹은것 같다"
긴박한 지령서에 적혀있는 짧은 문장은 불볕더위에 긴장이 녹아있던 정신줄을 잡기에 충분했다
현장과의 거리는 약 5분거리, 서둘러 구급차에 올라 날카로운 사이렌을 울리며 차고지를 빠져나갔다
신고자는 상황실과 통화중인지 연락을 받지 않는 상태로 우리는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할 무렵 지령단말기에는 기다란 내용의 추가정보가 적혀있었다
신고 하루전 농약을 마심 / 구토로인해 동네 병원에 들름 / 수액맞고 귀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일단 현장에 도착해서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가 집앞 마루에 걸터앉아 있었는데, 다행히도 농약을 드셨다는 사람치고는 활력징후상 특별한 점이나 겉으로 보이는 문제점이 없어보였다
"농약을 어제 드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곁에있던 할머니 말로는 하루전 오후에 배송된 농약을 우유로 착각해서 마신것 같다고 했다 그후 구토증상이 지속되자 상한 우유를 마신것으로 착각해서 택시를타고 근처 병원에 다녀오셨다는데 특별한 치료 없이 수액만 맞고 돌아오셨다고 했다 이때까지도 우유로 알고 하룻밤을 보내신 거였다
문제는 신고한 당일 아침, 집에없던 농약통이 발견된 것이었는데 할머니 말씀으로는 농약통이 배송온 박스에는 아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했다 그것을 본 할아버지는 아들이 보낸 선물이라며 농약을 마셨다고 나지막히 말씀하셨다
상황을 정리해 보니 할아버지께서는 하루전 아들이 보내온 농약을 우유로 착각해서 드신것이었다
다행히도 농약은 독성이 약한 살충제 종류였는데 흰색의 불투명한 용기와 용량은 어르신들이 보기에 착각할만해 보였다 그래도 그렇지 아들이 보냈다고는 하지만, 또 착각해서 마셨다고 했지만 살충제에서 스며나오는 역겨운 화학약품향이 뚜껑을 반쯤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데 어떻게 우유로 착각하고 드셨을까?
"할아버지가 치매야"
아.. 할머니의 한마디에 모든것이 정리가 되었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아들이 보내준 우유를 그냥 둘수가 없어서 마셨다고 했다
아들이 자신을 생각해서 보낸거라 굳게 믿고계셨다
..
몸은 약해지고 기억마저 서서히 흐려지지만 자식에 대한 그리움만은 절대 약해지지 않는 사람, 부모.
그리움은 사랑이라고 했던가 감히 그 깊이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작은 아이들을 키우고있는 나로서 농약을 마신 할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우리는 서둘러 현장에서의 조치를 마치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리고 그리운 자식들에게 폐가될까 연락을 꺼리는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흙묻은 휴대전화번호 1번을 꾸욱눌러 아들에게 연락했다
부모님이 그리워 하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