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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Sep 01. 2016

아들이 짝꿍의 코뼈를 부러뜨렸습니다.

자녀에게는 콕콕~집어서, 구체적으로

희한하다.

2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됐다고 학교에서 폭력이 발생했다는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이놈들 우짜지.

막상 학생들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보면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학급에서 그것도 짝꿍들이. 사소하게 시작된 말싸움이 멱살을 잡게 되고, 코너로 몰게 되고, 다른 친구들이 보고 있으니 숨어있던 자존심 슬슬 기어 나와 예상치 못하게 둘 중 한 명이 먼저 주먹을 휘두르면 말 그대로 '우당탕' 거린다. 그러고 나서 정신 차리면 후회.


무슨 일인지도 모를 만큼의 '멘붕'이 둘에게 엄습한다. 비교적 지금 말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자 중. 고등학교 새 학기 학교폭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법률상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개최한다. 별로 좋은 일 아니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친구들이 학급에서 사소한 걸로 티격태격하다 결국 우당탕으로 커져 징계를 주는 절차니까. 물론 근본적인 목적은 '처벌'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행동에 대한 조치는 언제나 선도와 보호를 위한 조치이다. 학폭위도 물론 그렇다.  


어제, 오늘 사이에 학급에서
 학교폭력이 네 건이나 발생했다.


그리 놀라운 건 아닌데, 대충 짐작이 되니 한숨부터 먼저 나온다. 안 들어봐도 뻔하다. 결국은 '치료비'와 '합의'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될 거라는 것. 오늘 참석했던 학폭위 또한 그러했다. 때린 친구는 기초수급대상 가정의 자녀이고, 맞은 친구 또한 심하게 맞았을 뿐 주먹을 같이 휘둘렀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코뼈가 내려앉았다.



코뼈가 내려앉았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학교에서 일반적인 선도대상을 뛰어넘는 행위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폭위를 마땅히 열어야 하고 학폭위를 연다는 것은 바로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을 앞두고 있거나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뿐이 아니다. 코뼈가 부러졌다는 것은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매우 부담스럽다. 일단 코뼈가 부러졌으니 수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성장기에 있는 학생이다 보니 수술 후에도 성형을 해야 한다고 의사들이 권고한다. 그럼 성형비용까지 부담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금액은 거의 천 만원에 이르게 된다. 내가 한 숨을 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용을 들어보면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내용을 들어보면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전혀 모르는 사이에 있거나 우리가 소위 말하는 집단적이고 의도적인 괴롭힘에서 비롯된 '악성프로그램'같은 학교폭력 행위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학급에서 친구와 짝꿍들에서 발생한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사이에서 어떻게 코뼈가 부러질 수 있을까? 있다. 그들은 그들의 주먹이 얼마나 단단한 지 그리고 우리의 몸은 얼마나 약한지를 모른다. 주먹은 흉기라는 인식은 거의 없다.


이번 사건도 그랬다. 둘은 짝꿍이다. 그런데 교실 컴퓨터로 쉬는 시간에 음악을 틀어주는 과정에서 서로 시비가 되었다.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이 먼저다 가 이유다. 자기가 듣고 싶은 음악을 가지고 말싸움을 하다 욕설을 하고 나아가 서로 어깨싸움을 하다 주위에 친구들이 보고 있으니 자존심은 극에 달해 눈치를 보게 되지 않겠는가. 결국 참지 못한 친구가 먼저 주먹을 휘두르면 서로가 뒤엉켜 엉망이 된다. 그러고 둘 중에 한쪽은 코뼈가 부러지거나 입술이 터지거나 해서야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말린다. 실컷 구경하다 말린다.



청소년들은 참을성이 약하다?


청소년들은 참을성이 약하다. 우리 아이만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아는 청소년 대부분은 분노를 제어하지 못한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어른도 잘 조절하지 못하는 분노를 판단력이 없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분노를 조절할 수 있을까? 결국은 '참을성'이라는 답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의 자존심이 또 한몫을 거든다.


누구보다 청소년들은 욱~하는 성질머리부터 가정에서 교육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대목이다. 집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행동을 조심하고 싸우게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함부로 주먹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콕~ 집어서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두리둥실~



청소년들은
콕콕~ 집어서 이야기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콕콕 집어서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두리둥실 이야기하는 건 열에 아홉은 이해하지 못한다.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기왕이면 예를 들어서 설명해도 좋다. 반드시 콕콕 집어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 비단 학교폭력뿐만 아니다. 성범죄 같은 강력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친구들하고 놀러 가는 아들에게 "조심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친구들하고 놀 때 무작정 친구니까 따라가서는 안되고, 또 같이 어울리면서도 다른 친구가 나쁜 짓을 하면 어떻게 해서든 말리던지 말릴 수 없다면 무조건 빠져나와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너무 화가 나서 학폭위가 진행 중인데도 코뼈를 부러뜨렸던 가해학생을 심하게 야단쳤다. 어머님께 물었다. 돈도 없으신데 진료비는 어떻게 마련했냐고. 눈물만 보이셨다. 아들은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가 전부다. 억장이 무너지는 건 결국 우리네 어머님과 아버님뿐이다. 못된 놈들.


오늘부터라도 특히 중학생, 고등학생 사내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당장 교육을 해야 한다. 어떻게? 콕콕 집어서. 구체적이게. 정확하게. 예를 들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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