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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Sep 06. 2016

ㅋㅋ : 소통의 시작

새벽 1시. 나를 깨우는 ㅋㅋ, 이 것의 정체는?

지금도 묻는다.

어떻게 청소년들과 소통을 잘할 수 있을까요?그럼 나는 <ㅋㅋ>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ㅋㅋ> 이 날아왔다.


5년 전이다.

청소년 업무를 시작할 무렵, 그러니까 청소년들과 제대로 소통해 보려고 '카**톡'과 '페**북 메신저'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무렵에. 카**톡 메신저를 타고 <ㅋㅋ> 이 날아왔다. 대체 이 <ㅋㅋ>의 정체는 뭘까? 보낸 이는 어느 여중. 새벽 1시에 보낸 카**톡 메시지를 잠결에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에이~'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누웠다. 그리고 다시 벌떡 일어났다. "진짜 뭐지?"


"뭐지? 뭐지? 뭐지?..."


10분은 되었을 거다. "뭐지? 뭐지? 뭐지?..." 하며 중얼중얼. "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지?" 나 스스로 확신 없이 뭘 보낸다는 건 좀 많이 당황스럽다. 그렇다고 학생이 뭘 보냈는 데 그냥 모른 척하자니 아닌 것 같고. 그 순간 대꾸 없이 넘어간다면 이 친구는 절대 내게 메시지를 보낼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무언가 반응을 해야 하는 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잘못하면 그 친구를 실망시키는 누를 범할 수 있다. 갑자기 혼자서 짧은 시간동안 연구아닌 연구에 들어갔다.


드디어 답을 보냈다. <ㅋㅋㅋㅋ>


정확하게 <>을 네 개 보냈다. 무슨 실험을 하는 연구생도 아니고, 조마조마한 마음에 보냈다. 그랬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는 ㅋ이 여덟 개가 왔다. 아, 이거였구나. 그리고 내가 보낸 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을 열여섯 개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답장이 없다. 1분이 지났다. 5분이 또 지났다. 그런데 답장이 없다. 또 아, 이런 거구나 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들려는 순간, 까똑~ 하고 알림음이 울렸다. 여학생이 <ㅋ>을 300개를 보낸것이다. 이런. 그다음 말이 더 멋졌다. 샘~ 안녕히 주무삼~"   


소통의 시작은 <ㅋ>이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서 그 친구가 부랴부랴 메시지가 날아왔다. 친구 문제인데 상담해 줄 수 있냐고. 당연히 해주겠다고 했더니 그 친구를 초대하고 <ㅋ> 친구는 나가버렸다. 그 상담이 바로 사촌오빠한 지난 5년간 성폭행을 당한 상담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ㅋ의 중요성. 만일 그때 이 친구가 보낸 <ㅋㅋ>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았다면 3개월 후 친구의 문제로 나에게 대화를 걸어왔을까?라는 생각. 하지 않았을 거다. 나중에 물었더니 그랬다. 연락은 하고 싶은 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보냈단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더 물었다. 만일 아저씨가 그때 답을 안 했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이후에는 연락을 안 드렸을 거예요. 제 톡을 씹었으니까.


청소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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