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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Sep 09. 2016

헤어진 이유는 맞춤법 때문.

맞춤법이 너무 틀려서 헤어졌어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남자 친구랑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아니요."
"왜?"
"남자 친구의 맞춤법이 틀려도 너무 틀려서 그냥 헤어졌어요."
"엥? 맞춤법이라니...


새로운 사례를 발견했다.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남자 친구와 헤어진 이유는 다름 아닌 '맞춤법' 때문이라는 청소년의 이성교제 사례. 관점에 따라 서로의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남학생이 봤을 때는 "여학생이 이상한 거 아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여학생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헤어져야지"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어쩌지? 내가 봤다. 전 남자 친구의 맞춤법.






헤어질만하다.


진짜다. 이 정도면 헤어질 만 하다...


어느 책에서는 글자가 말보다 정직하다고 했다. 또 말은 마음을 담을 수가 없지만 글은 마음을 담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글자를 보면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보인다고 했다. 동의하나요? 나는 동의하는데.


타인의 글을 보면 단어 선택과 띄어쓰기 심지어 접속사와 조사를 어떻게 적절히 사용했는지까지도 보일 때가 있다. 일부러 보자고 보이는 건 아니다. 그냥 저절로 보이는 거다. 결국은 글자도 정성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남자 친구의 글은 정성스럽지 못했다. 무례했다. 지독히.


청소년은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청소의 언어는 외국어 수준을 넘어 거의 외계어 수준이다. 오죽하면 어느 어머님께서 자신의 딸이 요즘 친구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나 보려고 어렵게 비밀번호를 풀어 카**톡 대화를 봤더니 정작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만큼 청소년의 언어는 어른들이 봤을 때 매우 이상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해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언어가 이상하여도 그들끼리는 '배려하는 글'이 있다. 언어가 이상하여도 그들끼리는 '정성을 다하는 글'이 있다.


여학생들은 배려를 좋아한다.


그리고 정성을 다하는 글을 원한다. 아무리 초성어를 쓰더라도. 아무리 줄임말이라고 하더라도. 여학생들은 결정적으로 마음을 다하는 글을 원한다. 이건 노래 가사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와 같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남학생들은 이걸 모른다.


그 여학생에게 말했다.

다음에 사귀는 남자 친구는 글이 따뜻하고 배려를 아는 남학생이었으면 좋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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