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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Oct 11. 2016

시험이 끝나면 한강 파티

중간고사가 끝나면 한강 파티원을 모집한다.


장담하건대,
이 그림을 보면 부모님은 쓰러지신다.


한 학생이 중간고사를 마치고서 카카** 메신저로 이미지를 보냈다. 그것도 정성이 대단한 이미지다. 스마트폰 자판으로 손수 그려가며 이미지를 만든 데다 내용얼핏 봐서 충격적이다. 학교 옥상에서 슝~하고 뛰어내리는 학생. 표정은 해맑게 웃고 있는 것 까지. 게다가 고인에게나 기록해두는 생의 기간까지. 상당히 정교하다.


"대장님, 지금 기분이 이렇습니다~"
"시험 망쳤구나?"
"망친 정도가 아닙니다."
"한강으로 갈 거냐?"
"아뇨, 학교 옥상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미지를 보고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화를 했다. 역시나였지만.


한강 파티원을 모집합니다.


청소년들이 시험을 마치고 나면 페**북이나 인**그램 같은 SNS상에서 '한강 파티원'을 모집한다. 처음에는 몰랐다. 이게 무슨 말인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험을 망쳤으니 나랑 같이 한강으로 가서 뛰어내릴 사람을 모집한다는 뜻이다. 물론 '하소연'이지 누구를 정말로 모집하겠다는 진지한 결의는 아니다.


한강 파티원 모집 게시물이 올라오면 함께 시험을 망친 친구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너도 나도 모두 시험을 망쳤다며 같이 한강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중에는 한강은 너무 머니까 가까운 다리 위가 어떠냐고도 한다. 그렇게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단다. 그나마.




모든 청소년들은 시험을 망친다.


청소년들을 통해 알았다. 정작 내가 학창 시절일 때는 몰랐다. 시험은 못 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잘 보는 친구가 이상한 것이다. 여태껏 시험을 잘 봤다는 친구를 보지 못했다. 내가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새로운 발견, 모든 청소년들은 시험을 망친다. 여태껏 수천 명의 청소년들을 만나봤지만 시험 잘 쳤니?라고 물어보면 단 한 명도 네~ 하는 친구는 보지 못했다. 내 주위에 공부를 잘하는 청소년이 없어서가 아니다. 결단코.


점수 몇 점이니?라고
물어보기 없기


얼마 전 특목고를 방문해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부모님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학생들 대부분이 비슷했다. 제발 시험 끝나고 점수 몇 점이냐고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이런, 어제 막내아들에게 했던 말인데. 근데 듣고 보니 공감이 충분히 되는 거 있지.


청소년들의 시험기간은 우울하다. 유쾌할리가 없지. 시험을 앞두고, 시험을 치르고, 후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나름 시험을 위해 스마트폰을 끄고, 페**북을 비활성하고, 놀이동산을 접고서 대신 독서실을 잡고 스탠드 밑에서 졸든 공부 하든 의자에 앉아 버티는 시늉이라도 했다면 부모로서 우리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딱 한 가지밖에 없다. 위로.


자신 없지만, 쉽지 않겠지만, 점수 몇 점이니?라는 질문은 제발 참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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