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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Aug 03. 2016

진우가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대장님~ 저 가게 오픈했어요~ 

진우는 내가 담당하고 있던 학교의 학생이다. 

지금 고3이다. 진우는 요즘 청소년들에 비해 그리 잘 생긴 친구는 아니다. 키도 작고, 얼굴도 장난기가 많아 보이게 생겼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진우는 나를 웃게 만드는 친구다. 진우의 페이스북을 들어가면 즐겁다. 그래서 가끔 피곤할 때는 그냥 웃고 싶어 진우의 페**북에서 죽치고 앉아 있을 때도 있다.  


학교에서 만나면 그리 큰 리액션은 없다. 그렇다고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조금은 좀 노는듯한 친구의 스타일이 묻어 있지만 그렇다고 노는 친구는 아니다. 캐릭터 설정이 조금 힘들었던 친구다. 그런데 애매모호했던 그런 진우가 며칠 전 내게 페**북 메신저로 문자 한 통을 보내왔다. 


"대장님, 저 가게 오픈했어요~ 시간 되실 때 한번 찾아주세요~"


우리 진우가 가게 사장님이 되었단다. 그것도 음식과 커피를 파는 사장님이란다. 가게 이름은 "듣는 Cup Shot"  가게 이름이 입에 잘 감기진 않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중요한 것은 진우가 직접 생각해 낸 이름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문자를 받고서 글이 답답해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무슨 가게냐고 물었더니 컵밥과 주먹밥 같은 분식도 팔고, 또 동네 아주머니들을 위해 원두커피도 직접 로스팅해서 판매하는 가게라고 했다. 제법 사장님답게 씩씩하게 말해주었다. 단번에 진우가 달라 보였다. 


음식점을 하려면 자격증도 땄어야 했을텐데? 공부에 별 취미가 없어 보였고, 별다른 캐릭터도 없어 보였던 진우가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 대신 가게를 위해 조리사 자격증도 따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무 생각 없는 친구처럼 보였는 데 말이다. 너무 미안했다.


가게를 찾았을 때 인테리어가 너무 예뻤다. 주택가 쪽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 데 직접 가보니 큰 도로에서 그리 멀지도 않았고, 더욱 반가웠던 건, 가게 앞이 바로 분식을 좋아하는 여자중학교 후문이어서 위치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열 평 남짓 되는 실내는 원목과 블랙으로 색감을 주고 조명등으로 화사한 분위기를 이끌어 낸 것이, 마치 학생들과 동네 어머님들이 다 같이 수런대기에 좋은 공간으로 보였다. 

청소년들을 만나면 어느 정도 그 친구의 미래가 보인다. 몇 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보인다. 특별한 재주는 아니다. 그저 아이들과 많이 나대면(?) 그런 재주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진우를 봤을 때 몇 년 뒤의 모습이 걱정되었던 게 사실이다. 주변 친구들은 벌써 취업을 하고 좋은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데 진우는 성적도 안 좋고 관리도 안 해서 취업도 대학도 사실상 힘들었던 친구다. 


그런 진우가 나를 제대로 골탕먹였다.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스스로 문자를 하지 않던 친구가 자기 가게를 가진사장님이 되어서야 연락을 해왔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라고 물었더니 사장님이 되니까 대장님이 생각이 났다고 한다. 우리 진우가 제대로 철이 들었다. 


점심시간을 훔쳐간 터라 음식을 먹어보려고 했더니 밥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방학이라 밥을 많이 할 필요가 없어서 지금 하면 된다고 하는 데 시간이 많지 않아 시식을 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너무 아쉽다. 화분이라도 사 왔어야 하는 데 준비를 못해 봉투에 마음을 담아 건넸다. 그리고 뿌듯한 마음을 안고 돌아서려는 데 진우가 유리창에 글을 한 문장 써달라고 했다. 당연히 써줘야지. 생각도 하지 않고 진우 얼굴만 보고 글을 적었다.


"마음을 선물하는 진우네 가게가 될꼬야~"


진우는 지금 꿈에 부풀어 있다. 청소년 중에 꿈에 부풀어 있는 친구를 본 적은 없다. 목표를 가진 친구의 얼굴은 많이 봤었다. 하지만 진우를 통해 희망을 껴안고 있는 청소년의 얼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진우는 키도 커 보인다. 그리고 얼굴도 잘생겨 보인다. 

진우는, 내가 알고 있는 6천여 명의 청소년 중에 유일하게 꿈을 이룬 사장님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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