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형이 고장 났다고 수리비를 달라네요.
네다바이란,
일본어로 사기 범죄를 가르키는 범죄은어로써 남을 교묘하게 속여 금품을 빼앗는 것을 말한다.
청소년에게도 '네다바이' 범죄가 있다. 금품갈취를 하려면 적당한 핑계가 있어야 하니까. 동네에서 힘 좀 쓰는 형이 순진한 동네 동생들에게 큰돈을 뜯어내기에는 '네다바이'만큼 좋은 수법은 없다.
공교롭게도 대사 하나 안 틀리고 시나리오가 똑같다. 오토바이가 원래 고장이 났었는 지 아니면 고장이 나지 않았는 데 고장 났다고 거짓말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인상 좀 쓰는 동네 형이 너 때문에 고장이 났다고 하면 후배 입장에서는 이처럼 난감한 경우는 없으니까.
동네 후배가 아르바이트비를 받았다는 것은 또 어찌 알았을까? 동네 형의 정보력은 대단하다. 위축이 되면 동생들은 한 가지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동네 형들 눈밖에 나서는 안된다는 것. 어차피 이 동네를 이사 가지 않는 이상 동네 형에게 잘못 보이면 여러 가지로 힘들어진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것이다. 혹여, 우기거나 사실대로 따지기라도 하면 지속적인 폭행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동네 세계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담당하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예고도 없이 전화를 했다.
"아저씨, 여쭤볼 게 있는데요?"
"그래"
1개월 전,
학생은 동네 아는 형한테 제안을 받았다. 자신이 오토바이를 사려는 데 30만 원이 모자란다며 30만 원을 빌려주면 돈도 갚고 오토바이도 타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동네 형에게 30만 원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동네 형이 오토바이를 샀으니 약속대로 타보라며 오토바이를 타게 해줬다. 5분 정도 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는 데 동네 형이 전화를 했다. 너 때문에 오토바이가 고장이 났으니 수리비 50만 원을 붙이라는 것이다. 학생은 어쩔 수 없이 빌려준 30만 원을 제하고 2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고 이틀 후, 이번에는 동네형이 오토바이를 사기로 했으면 빨리 사야 지 왜 안 사냐고 협박을 했다. 자기는 사겠다고 한 적이 없는 데 사기로 약속 하지 않아냐며 계속해서 오토바이 구입 비용을 가지고 오라고 수십 차례 전화로 협박을 해서 경찰서에 신고를 하러 간다고 했다.
그런데 학생이 걱정하는 건 다른 이유다.
동네 형은 학생의 약점을 알고 있다. 의도적으로 오토바이를 타라고 하는 것도 약점을 잡기 위해서다. 면허가 없는 데 오토바이를 타게 되면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는 건 청소년이라면 다 알고 있다. 동네 형이 무면허 운전한 것을 약점으로 잡고서 괴롭히면 동생들은 처벌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한다. 부모님께도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이러한 수법은 시나리오 하나 안 틀리고 똑같다. 인상 좀 쓰는 동네 형들 사이에서는 범죄 수법도 공유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중요한 건 이 학생처럼 용기를 내고 신고를 하는 것이다. 신고를 하게 되면 담당 형사는 가해학생에게 경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경고를 했는 데도 피해학생을 괴롭히게 되면 그건 보복으로 간주되어 처벌을 더욱 엄하게 받는다. 그들 말로 바로 소년원행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부모님의 태도다.
피해를 입은 자녀와 이야기하는 태도가 참 중요하다. 손부터 올라가거나 욕부터 하시는 부모님이 있다면 안될 말이다. 자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야단을 칠 때와 이야기를 들어줄 때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그럼, 자녀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된다.
조사를 마치고 학생이 다시 전화를 했다. 자기 대신 아버님께 말씀드려 주면 안 되냐고 한다. 해 주겠다고 했다.
끝.